▲수카바티: 극락축구단포스터
나바루
놀랍게도 이뤄질 수 있겠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그 영화가 담고 있는 FC안양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말이다. 또 내가 오랫동안 응원해 온 FC서울이 그와 만나는 한국프로축구 역사상 기록할 만한 조우가 바로 내년 실현될 수 있겠다.
<수카바티>와 내가 처음 만난 건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였다. 나는 이 영화를 본 뒤 '고백하자면 나는 FC서울의 팬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평을 씨네만세 548번째 기사로써 내었다. 축구팬 커뮤니티에서 꽤 많이 읽힌 이 기사는 안양을 연고로 했던 프로축구팀이 어떻게 제 팬들을 저버렸는지를, 그로부터 오늘의 FC서울에 이르게 되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역사를 적어내렸다. 영화평론가를 넘어 벌써 십수 년째 이 팀을 마음 다해 응원해온 한 명의 팬으로서 나는 그를 사과하는 마음으로 기록하였다.
보라돌이들, 그러니까 저 FC안양의 팬들을 향하여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그들이 언젠가 반드시 K리그1으로 승격하여 FC서울 앞에서 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내기를 바란다"고. 그러나 그 시간이 이토록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아직 채 반도 오지 않았다곤 하지만 FC안양은 현재까지 K리그2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들의 역사적 승격이 마침내 이뤄지리라 믿는 이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내 심장이 그를 기다리며 뛰고 있다.
<수카바티>는 스스로를 레드라 부르는 보라돌이들의 이야기다. 다른 많은 것들처럼 검붉음을 상징으로 한 저들의 팀마저 서울에 빼앗긴 안양의 보라돌이들은 그저 무너지지 않았다. 이들은 무너져 제 신세를 처량히 여기는 대신,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시의회를 찾아 의원들을 압박하여 마침내 새로운 팀을 건설하였다. 이 팀의 상징색은 보라색, 포도가 많이 났던 안양의 지역색을 살렸다고 했다.
팀 잃은 서포터의 지난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