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열에 다섯은 이 책이라 답한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위대하다 해도 부족하지 않은 재능과 업적에도 동반자이자 남편이던 사르트르와의 관계로 더 많이 언급되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작품이다. 중세 이탈리아 어느 도시국가부터 현대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가로질러 인간 존재 본연의 가치를 탐색하는 소설로써 이 작품은 수많은 후대 문학이며 영화와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
쉽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십여년 전 유행한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라 해도 좋겠다. 영생을 얻은 한 남자가 있고, 그가 이 시대 어느 공원에서 필멸의 운명을 가진 한 여성과 관계를 갖는다. 중세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길고 긴 시간 동안 그가 마주했던 운명이 무엇이었는지를 여자는 남자로부터 듣게 된다. 사랑했던 이들의 죽음, 돈과 권력을 향한 욕망의 파편들, 무엇도 영속할 수 없는 세계에서 홀로 영원한 자의 고독과 권태, 고통 따위를 보부아르가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