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오른 밴드 실리카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춤을 추고 바라만 봐도(Dance on, Gaze on)를 키 메시지로 삼은 올해, 이번에도 철원에서는 멋진 순간이 여럿 탄생했다.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한 거장 김수철이 대표적이다. 김수철을 생소해했던 젊은 세대 관객들은 김수철이 '정신차려', '젊은 그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처럼 수십년간 대중과 함께 해 온 명곡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1957년생 거장의 기타 연주는 여전히 대한민국 으뜸이었다. '모두 다 사랑하리(송골매)'의 후반부 솔로 연주는 경외감마저 자아냈다. '왜 이렇게 위대한 기타리스트를 여태 몰라 보았을까'라는 일부 관객의 자책도 들을 수 있었다. 김수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객들에게 '작은 거인'은 연주를 마치자마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얼굴은 동안인데 연식이 조금 있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우뚝 선 실리카겔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피스트레인에 출연했다. 강렬한 드라이브감의 'APEX'로 문을 열었고, Z세대 록팬의 찬가가 된 'No Pain'은 관객들을 연대감으로 끌어안았다.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라는 가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든 관객을 연대하게 할만큼 울림이 컸다. 실리카겔은 최근 올랐던 다른 페스티벌보다 더 다채로운, 단독 공연에서 보여줄법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이센스는 장영규, 박문치, 진실 등 화려한 밴드 멤버를 대동한 채, 자신이 한국 힙합 최고의 래퍼라는 사실을 거뜬히 입증했다. 최근 신보를 발표한 한로로는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예의 모습을 드러냈다. 밴드 미역수염의 거친 디스토션은 구름이 잔뜩 드리운 날씨와 어우러졌다. 스네이크 치킨 수프가 공연할 때는 수많은 관객의 '슬램'과 함께 영화 <매드맥스> 같은 모래바람이 만들어졌다. 공연을 즐기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무대를 잠시 뒤로 하고 철원의 계곡 풍경을 만끽하는데, 멀리서 9m88이 RM의 신곡 'Come Back To Me'를 부르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