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저를 중심으로 온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다. 부모며 형제, 온갖 물건들이 제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단 걸, 또 그와 저 자신이 이어지지 않은 별개의 존재란 걸 아이들이 차츰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 수많은 좌절과 울음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 그것이 멈추는 날 우리는 성장 또한 멈추었다고 말한다.
성장이 멈추었다 해서 모두 성숙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때로는 그보다 많은 이들이 저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오로지 남들보다 뛰어난 지성과 겸손한 성품을 가진 이만이 역지사지의 자세를, 내가 아닌 남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갈 뿐이다.
일상에서도 그러할진대 시대를 건너 역사를 바라보면 실패는 훨씬 두드러진다. 오늘의 잣대로 어제를, 이곳의 시각으로 저곳을 재단하는 일이 세상엔 너무나 많이 벌어지는 것이다. 징기스칸이며 알렉산더, 나폴레옹 같은 이들이 살인광에 불과한 취급을 받는다거나 카이사르를 독재자로, 공자를 남성우월주의자 쯤으로 여기는 태도가 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