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과 제작자, 배급사 관계자들과 자리를 가진 일이 있다. 그날 화제에 오른 건 꽤나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개봉 한 달 동안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그 영화를 두고서 다큐가 2만 명이나 되는 관객을 모으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0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게 한국영화판이라지만 다큐멘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그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가운데서도 제법 시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부문이 있다. 다름 아닌 정치다큐다. 정치인을 내세운 다큐멘터리는 얼어붙은 시장 가운데서도 놀라울 만한 흥행수익을 올리고는 한다. 단적으로 지난해 최고 흥행수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는 무려 1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문재인입니다>였다. 역대 기록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아서 2017년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는 무려 185만 명, 그 전년도 나온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19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비슷한 제작비의 다른 개봉 다큐와 비교한다면 초대박이라 해도 좋을 성적이다.
그래서일까. 정치다큐에 전념하는 영화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입니다>와 <문재인입니다>를 연달아 성공시킨 이창재를 필두로, 적잖은 영화인이 정치다큐에 주목하고 있다. <청춘선거> <노회찬6411>에 이어 <길위에 김대중>을 만든 민환기도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