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라 해도 좋겠다. 축구 이야기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부터,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한 김민재, 유럽 최강을 노리는 팀에서 확고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강인 등 내로라하는 선수가 즐비한 2024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반세기 동안이나 들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을 이번에야말로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시아에선 어느 나라에 가져다 대도 꿀리지 않는 선수단을 갖추었으니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요구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한국이 아시안컵을 우승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의 입을 통해서다. 축구실력과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일본 등 아시아 상위권 국가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축구가 이번에 우승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병이 들까 우려된다는 것이 이 같은 고언의 취지다. 모두가 결과만 바라보는 현실 가운데 장기적 안목의 투자며 선수육성까지를 돌아보는 그의 시선이 도리어 귀하게 느껴진다.
손웅정의 발언은 월드컵 이후 작별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파올루 벤투 대표팀 전임 감독이 쏟아낸 말과도 마주 닿는 부분이 크다. 벤투는 협회를 향해 "선수들의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과 스폰서인 것 같다"는 쓴소리를 쏟아내 충격을 던졌다. 장기적 안목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축구 본연에 집중하는 대신 돈벌이에 급급한 협회의 현실을 대표팀 감독이 나서 비판하고 떠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