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가치가 폄훼되는 세상이다. 주머니에 든 휴대폰 하나로 삼라만상의 지식과 곧장 닿을 수 있는 세상이니 그럴 밖에 없을 테지만, 그 정도가 도를 넘을 때가 적잖다. 상식이 더는 상식이 아닌 것이 되고 무식 또한 부끄럽지 않은 것으로 변질된다. 지식 따윈 포털사이트 지식백과에 외주를 주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당당하게 활개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지식이 비운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있다. 지식이 흔해질수록 귀해지는 것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혜와 같은 것이 그렇다. 표면을 보고 이면을 알고, 하나를 보고 둘을 내다보는 것이 지혜로움이다.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명함까지 나아간다.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걸 구별하며, 그로부터 더 나은 결정에 이른다.
그러나 지식이야말로 지혜의 바탕이 된다는 걸, 습득되고 체화된 지식이 지혜의 뿌리란 것에 주목하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지식이야말로 지혜로운 사고의 바탕이다. 세상 어느 지혜도 그를 받치는 지식 없이 바로 서지 않는다. 반면 지식이 부족한 지혜의 추구가 쉬이 사술이며 사이비로 연결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보게 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