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엑시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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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90분의 재난, 여자의 선택은?
대표적으로 제임스 캐머런이 연출한 <에이리언 2>를 들 수 있겠다. 시리즈 가운데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우주공간에서 외계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하는 위기 속에서 주인공인 리플리가 어린 꼬마아이 뉴트를 지키려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수세에 몰린 인간이 제가 지켜야 할 약한 존재 앞에서 강해지는 모습이 <에이리언 2>로부터 <노 엑시트>에 이르는 일련의 스릴러 영화 속에서 발견된다는 점이 몹시 흥미롭다. 인간이란 제가 지켜야 할 누구를 통하여 불굴의 용기와 기지를 발휘하게 되는 존재인 걸까.
제목처럼 출구 없는 미로 같은 상황이 9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속되는 영화다. 일견 답답해질 수 있는 상황을 영화는 여자아이의 등장과 그를 지키기 위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는 여자의 선택을 통해 타개해 나간다. 그로부터 이야기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파격으로 이어져 극에 색다른 재미를 불어넣는다.
그저 OTT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고 사라지는 시간죽이기 용도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노 엑시트>가 그리는 테러는 미국사회에선 엄존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사회적 논란 끝에 총기 규제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밀거래 시장이 워낙 크고 누구나 값싼 가격에 쉽게 총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언론은 가정이나 직장 내 문제로 불만을 품은 이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르는 다중테러 사건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쓰이는 무기는 7할 이상이 총기였고, 직장과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지난 5년 동안 5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나갔다. 특히 2023년은 지난 십 수 년 간 가장 많은 총기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해로 기록됐다. 모두 38건의 대량살인 사건이 있었고, 모두 200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