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출범은 독재로 점철된 한국현대사를 건너 마침내 권력이 국민 앞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어긋나면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몰아 사람을 죽이고 가두었던 국가폭력의 시기가 종언을 고하고, 마침내 그 과오를 들추어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랬던 진실화해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광동 위원장은 임명 전부터 "과거사위 활동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기고문으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진실화해위의 과거 성과조차 무색게 하는 발언과 행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전시에 재판 없이 민간인을 죽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되며 유족과 시민사회를 분노케 한 일은 현 정부의 역사인식이 얼마만큼 퇴행했는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다.
2005년 참여정부에서 첫 출범한 진실화해위는 지난 수년간 한국사회에 여러 성과를 남겼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작업이다. 진실화해위 제1기가 출범한 이래 진행돼온 작업으로, 유족 등의 제보를 받아 그 유해를 발굴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