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과거로부터 배우는 능력이 없었다면 오늘 누리는 문명과 영광 또한 없었을 것이다. 역사로, 또 문화로, 인간은 과거의 성취와 실패를 새로이 이해한다. 때로는 자랑스러운 일일 때도 없지 않으나, 때로는 참담한 실패를 꺼내어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다. 그로부터 실패의 원인을 찾고, 그를 되풀이 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는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커다란 침체를 불러왔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파생상품이 제약 없이 만들어지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서 시장과 현실이 큰 괴리를 보인 게 원인이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대출을 통해 주택을 살 수 있도록 했으나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리며 대출 상환이 연체되기 시작했다. 검증 없이 안정성 높은 상품인 양 거래되던 부동산 대출 관련 파생상품은 2008년 봄 들어 사실상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굴지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까지 부도를 선언할 만큼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 사건이다.
현대 경제가 대대적 실패를 한 사건인 만큼 영화계가 이에 주목한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2013년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2015년 애덤 매케이의 <빅쇼트> 등 직간접적으로 금융실패를 소재 삼은 작품이 연달아 제작됐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거대한 실패 가운데 어떤 원인이 있는지를 탐구하고, 그 안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살폈단 측면에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예술의 효용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