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표현으로 연기대결이란 말을 흔히 쓴다. 뛰어난 배우들이 서로의 역량을 견주듯이 한 작품 안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뽐낼 때 연기대결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쓰는 말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도 마치 결투하듯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두고 'Acting showdown'이란 표현을 흔히 쓰고는 하니까.
대결과 결투란 말이 주는 인상은 확연하다. 이기지 못하면 패하고 마는, 승자독식의 링 위에 선 자의 날 선 긴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마찬가지, 이런 표현을 듣는 연기를 보고 있자면 보는 이조차 살이 떨리는 인상을 받게 되고는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명품연기, 있는 그대로 극중 인물이 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배우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배우의 역량이 가장 잘 사는 건 역시 연극무대가 아닌가 한다. 영화를 통조림이라 한다면 연극은 날것 그대로의 재료로 음식을 하는 듯, 현장성과 즉흥성이 최대치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 눈속임을 할 수 있는 각종 기술을 쓰지 못하니 관객 눈 앞에서 저의 역량을 한껏 펼쳐내야만 한다. 그중 배우의 기량은 연극이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파괴적인 무기가 된다.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하는 작품이 연극 가운데 특히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