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승자독식의 명백함은 차라리 솔직함이며 공정함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요새는 불투명한 과정과 편법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얻는 끝장 승부의 엄정함은 평범한 사람들을 일으켜 승리를 향해 끝없이 내달리도록 이끈다. 이것이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의 동력이며 미덕임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세상 모든 것엔 단면이 있다. 누군가에겐 화려한 스타가 될 기회의 장이 다른 누구에겐 1등만 기억하는 치사한 세상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팝스타 ABBA(아바)는 명곡 'The Winner Take It All'에서 '승자는 모든 걸 가져요. 패자는 몰락하죠. 간단하고 명백해요. 내가 어떻게 불평하겠어요'라고 노래했다. 10년 전 토마 피케티는 명저 < 21세기 자본 >을 통해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격차가 끊임없이 커져가는 것이 자본주의의 필연적 효과임을 증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빈부격차, 승자독식, 1등만 기억하는 치사한 세상이 우리 곁에서 엄정히 작동하는 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이 같은 세상이 옳다는 포기와 수긍, 내면화로 이어져선 안 될 일이다. 최상단만 바라보는 서럽고 치사한 세상일수록 더욱 잊히고 소외되기 쉬운 곳으로 눈을 돌려야만 한다. 이 시대를 아바가 노래하고 피케티가 분석한 것 또한 그저 수긍하고 포기하라는 뜻은 아닐 터가 아닌가. 그럴수록 치열하고 끈기 있게 작고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마음이 힘을 얻어야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