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시장스틸컷
뉴스타파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OTT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쉽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가. 영화제가 아니라면 다큐를 볼 기회를 갖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의 경험은 세상엔 알려져야만 할 다큐가 많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런 연유로 찾은 또 다른 다큐영화제에서 나는 반년 만에 최 감독과 마주쳤던 것이다. 다큐를 보고 극장을 나서던 내게 "어? 혹시" 하며 그가 다가왔다. 그와 나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내가 본 영화 중 몇이 그가 본 작품과 겹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헤어지기 전 그는 영화제에서 제가 찍은 영화가 상영된다고 했다. 폐막 전일이었다. 나는 일정을 바꿔 미리 예매한 영화 대신 그가 찍은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류시장>이었다.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인근에 위치한 1968년부터 오늘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이다. 한때 200여 곳의 점포가 영업했던 이 시장이 이제는 폐업한 점포로 가득한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여전히 영업하는 십여 곳의 점포를 찾는 단골들이 꾸준히 있지만, 새로운 고객은 좀처럼 유입되지 않는다. 민간주도의 정비계획과 이를 저지하려는 상인들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며 일부 주민들은 상인들을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의 사연을 제대로 아는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최종호 감독이 수년 간 카메라를 들고 오류시장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일 테다. 구로FM 등 지역 언론이란 이름으로 시장에 남은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이 시장을 지키려 하는 이유를, 또 공공개발의 필요를 외치는 사연을 듣는다. 여기엔 시장 상인을 꼬드기고 도망친 어느 사기꾼 이야기가 등장하고, 어느 순간 나타나 시장 위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업체가 등장하며, 공약을 뒤집으면서까지 손이 많이 가는 공공개발 대신 개발업체 주도의 민간개발을 반기는 공직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서울시 시장정비사업 규정을 어겨가며 지분 쪼개기 편법을 쓴 개발사업은 법원 결정으로 무효화되지만, 업체는 곧장 정비사업을 재추진한다. 언론엔 오류시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거나, 주상복합으로 재정비된다는 비슷비슷한 기사가 쏟아졌다. 어느 누구도 시장으로 걸어 들어가 50년 넘게 터를 잡아온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카메라를 손에 든 청년 다큐 감독을 제하고는 말이다.
영화를 보고난 뒤 영화의 주인공 격인 떡집 주인 부부를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 모두가 외면하고 듣지 않는 목소리를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다큐의 주제와도 닿아있는 것일지 모를 일이다.
어두운 시장을 지키는 성실한 상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