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코앞에 오류시장이 있다. 한 때는 200여 곳의 점포와 이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 시장은 흉물처럼 방치된 지 십 수 년이 지났다. 문을 연 가게보다 닫은 점포가 훨씬 많고, 시장 거리엔 오가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정비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온갖 잡음 끝에 번번이 좌절됐고 적잖은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시장정비사업심의위원회를 열고 오류시장 위치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현대화하겠다는 안을 가결했다. 구로구는 기다렸다는 듯 자료를 내고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모두 괜찮은 걸까.
최종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오류시장>은 뉴스가 담지 못한 오류시장의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1968년 출발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터를 잡고 버텨온 상인들과 그곳에서 삶을 지켜온 주민들을 만나 그 속내를 듣는 것이 시작이다. 시와 구, 언론이 살피지 못한, 또 자본과 개발의 논리가 짓밟고 있는 귀한 얘기를 담는다.
65분의 짤막한 다큐 한 편은 구로구의 몰락한 재래시장의 역사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지난 수십 년 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해온 개발의 폐해를 지적하는 언론의 역할을 외로이 수행한다. 그로부터 대체 한국의 수많은 언론이 어째서 이를 살피지 않는가를, 별 시덥지 않은 문제들에 날파리처럼 달라붙으면서도 사람들이 가까이 얽혀 있는 이와 같은 문제는 왜 다루지 않는지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