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홍대 앞 어느 공연장에서 밴드공연을 보았다. 데디오레디오(Daddy O Radio)라는 밴드의 공연으로, 목도 마른데 좋아하는 맥주도 잔뜩 마실 겸 하여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아마도 이 밴드의 팬들일 관객들은 음악이 나올 때면 몹시 들끓었다가 연주가 끝나면 사그라들기를 반복하였다. 음악은 낯선 것 같으면서도 친숙했고 사람들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순수하게 보였다.
공연을 즐기던 중 귀를 사로잡는 멘트 하나가 흘러나왔다. 공연을 하는 밴드 멤버 중 하나가 영화배우 일도 겸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삼 바라보니 듬직한 체형에다 표정에 따라 다채로운 인상을 낼 수 있을 듯한 얼굴이어서 나는 그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궁금하였다. 밴드활동을 하며 배우로도 연기하는 사람, 톰 웨이츠 같은 가수도 배우로 활동했다지만 직접 눈 앞에서 본 이 중에선 처음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교형이다.
밴드의 소개로 나는 그가 출연했다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신체모음.zip>이라는 영화로, 최근 개봉해 상영 중이라 했다. 공연에는 이 영화의 감독도 와 있다고 했는데, 나는 문득 배우가 아닌 음악가로 먼저 접한 이의 연기가 내게 어떤 감흥을 일으킬지가 궁금하였다. 그리하여 관객이 아무도 없던 인천의 어느 상영관에 들어가 이 살벌한 영화를 보기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