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스틸컷
슈아픽처스
관객을 격동케 하는 예술의 정수
영화는 볼코노고프의 일상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소련 실세로 꼽히는 비밀경찰 조직의 일원이다. 계급은 대위라지만 높은 계급들로 가득한 비밀경찰에선 까라면 까야하는 말단 신세다. 볼코노고프의 일은 매일이 비슷한데, 본청에 끌려오는 사람들을 특수심문하고 증언을 받아내는 일이다. 특수심문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밀경찰의 심문이란 일제강점기 시절 치안본부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이뤄지던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평소처럼 출근하던 어느 날, 볼코노고프 대위의 머리 위로 몸뚱이 하나가 떨어진다. 그는 볼코노고프의 상관으로, 심문을 책임지던 장교다. 무슨 일인가 싶어 위를 올려다본 그의 눈에 다른 장교 한 명이 들어온다. 그는 볼코노고프의 이름을 부르고선 입술 위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댄다. 쉿.
이야기는 긴박하게 흘러간다. 아무렇지 않은 듯 동료들 사이에 들어선 볼코노고프는 무언가 심상찮음을 느낀다. 재심사를 하겠다며 상급자들이 동료를 하나둘씩 불러내고, 나간 동료들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마침내 친구와 둘만 남은 볼코노고프, 그는 갑자기 일어나 매점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손에는 서류철 하나를 꼭 쥔 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