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다큐멘터리 '스탠 리' 예고편.
디즈니플러스
미국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였던 아폴로 로켓의 발사에서 착안한 <판타스틱 포>는 기존 히어로들과는 차별화된, 완벽하지 않은 영웅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침체 빠졌던 회사를 재건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가진 것 없고 멋지지도 않은 가난한 청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스파이더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 덜 알려진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토르>를 탄생시켰다.
1961년 지금의 마블 코믹스로 이름을 바꾼 후에는 팬클럽 제도 도입을 통한 코믹북 팬덤 확보 등 남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을 자신들의 품에 끌어 들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월남전, 흑백 갈등 등 1960년대 이후의 사회상을 작품에 적극 반영해 돌연변이 소수자들(엑스맨), 흑인 히어로(블랙팬서), 여성 주인공 (블랙 위도우, 캡틴 마블) 등 백인 남성 중심 히어로물에서 탈피하기 시작한 것 역시 스탠 리의 업적 중 하나였다. 만화책 검열을 과감히 거부한 것 또한 스탠 리의 공이 컸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스토리 작가 vs. 만화가 사이의 갈등도 이 무렵 유발되었다. 전자의 역할을 중요시 생각하던 스탠 리와 달리 직접 만화를 그리고 때론 캐릭터 탄생에도 기여했던 스티브 딧코, 잭 커비는 이와 같은 분위기에 불만을 느꼈고 속속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십수년이 지난 후 어느 라디오 생방송에선 전화로 연결된 스탠 리. 잭 커비가 논쟁을 벌일 만큼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의 아들... 시대의 아이콘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