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해리 스타일스의 첫 내한 공연
Lloyd Wakefield
저녁 8시, < Harry's House >앨범의 첫 트랙인 'Music For A Sushi Restaurant'의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함께 해리 스타일스가 등장했다. 알록달록한 세트 위에 밴드 멤버들이 자리했고, 해리 스타일스는 반짝거리는, 목이 깊게 파인 점프 슈트를 입고 있었다. 이렇다 할 특수 효과나 화려한 LED 쇼는 없었다.
대신 기본에 충실한 공연이었다. 프론트맨 해리 스타일스와 밴드가 빚어내는 탄탄한 라이브, 그리고 해리 스타일스 개인이 뿜어내는 슈퍼스타의 아우라. 이것이 모든 기교를 대체했다. 그는 무대를 넓게 활용하면서 팬들을 만났다. 첫 곡부터 무대의 양쪽 끝을 오갔으며 돌출형 무대를 런웨이처럼 활보했다. 드럼과 일렉 기타에 맞춰 보여주는 몸짓은 익살스럽기도 했고, 격렬하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몸짓은 음악의 멋을 더욱 배가했다.
내가 해리 스타일스의 노래를 그렇게 많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음악은 세련된 편집숍이나 라운지 바에도 어울리고, 방 청소를 하면서 듣기에도 좋다. 그는 플리트우드 맥, 조니 미첼, 스틸리 댄, 프린스 등 20세기 전설들을 부지런히 연구했고, 데이비드 보위의 중성적인 멋도 소환했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록에 빚을 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듣기 좋은 '이지 리스닝' 팝으로 귀결되었다.
기타를 치면서 부른 두 번째 곡 'Golden'. 'Watermelon Sugar', 'Late Night Talking', 웅장한 록 발라드 'Sign of the Times' 등 히트곡 행진이 관객을 흥분하게 했다. 해리 스타일스의 공연은 13년의 음악 인생을 열심히 요약한, 밴드의 공연이었다. 록 음악의 직선적인 힘과 소울 음악의 그루브가 공존했다. 'Adore You'의 후반부에서는 밴드의 펑키한 합주가 1분 넘게 이어졌다.
원 디렉션의 대표곡 'What Makes You Beautiful'을 원숙한 목소리로 부르고, 밴드 멤버와 발을 맞추며 격렬한 동작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밴드 공연을 좌석에서 보는 것은 제법 고된 일이다. 하지만 공연 후반부 'Treat People With Kindness' 때부터는 스탠딩과 지정석의 경계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앵콜곡인 'As It Was'와 'Kiwi'가 울려 퍼질 때쯤에는 거의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열광했다. 팬이든, 아니든 현세대 최고의 슈퍼스타를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동시대인이 열광하는 문화를 정확히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티스트가 이렇게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13년 팬 앞에서 증명한 '해리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