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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우리는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를 가슴에 품고 음악을 들었다.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노래 가사를 받아쓰고, 가슴 졸이며 녹음을 하고, 마음에 오래오래 담아 두었다. 요즘은 클릭과 스킵을 하면서 음악을 빠르게 구하고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은 다 쓰면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음악을 쉽게 소비한다. 한때는 소녀였고 지금도 소녀라고 믿고 싶은 우리는 [올드걸의 음악다방]에서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마음 깊숙한 곳에 소장했던 노래를 꺼내 듣고, 누군가는 새로 알게 된 노래를 즐겼으면 좋겠다. - 기자 말

ⓒ 반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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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보신각 타종을 듣거나 일출을 보러 가지 않는다. 우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해돋이가 주는 설렘과 벅찬 기대감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것을 더 좋아한다. 대개는 12월 31일에 방송되는 가요축제나 시상식을 보다가 졸다가 말다가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

그래도 우리 가족 나름의 새해맞이 의식이 있다. 1년 계획을 새하얀 종이에 쓰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반드시 지켜야 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 인증샷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올해는 계획만 세우고 삼일 만에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을 사진이 막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을 큼지막하게 인화해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매일매일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아니면 SNS에 올려 동네방네 소문내면 효과가 있으려나. 고민이다.

"엄마는 작년하고 똑같잖아."

대학생이 될지도 모르는 아들과 중학생인 딸의 계획도 예년과 별다르지 않으면서 나를 타박한다. 내 첫 번째 계획은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한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허리 1인치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도리어 늘어난 허리둘레에 한숨을 지었다. 3분 동안 훌라후프 연속 돌리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훌라후프 돌리기는 어렵다. 이제는 굳이 목표를 세우지 않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기를 소망한다.

두 번째 계획은 책을 50권 읽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에게는 너무 쉬운 계획이라며 항의한다. 작년까지는 나도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오랜 시간 책을 들고 있으면 머리 아프고 눈이 빙글빙글 돌고 쓰러질 것 같다. 노안이다. 게다가 여성학자 정희진의 말에 의하면 지금껏 나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죽였을 뿐이다. 올해는 제대로 책을 읽어보고 싶다. 갑자기 50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조금 몇 권이라도 줄일까?

"엄마, 나는 우주여행이 계획이라고 해도 돼?"

세 번째 계획을 보고 아들이 하는 말이다. 이루기 힘든 꿈이라는 뜻이다. 친구가 낸 수필집에서 '밥 먹자고 하면 가수이자 배우인 박유천이 기쁘게 달려 나오는 사람이 되겠다'는 글을 읽은 후 나는 가수 박효신과 함께 밥을 먹는 꿈을 꾼다. 그만큼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이다. 꾸준히 운동하고 열심히 살고 아줌마로 퍼져 있지 말고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 되면 혹시 모르잖아.

우리 가족은 각자 새해 목표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잠이 들었다. 2015년 1월1일 아침, 늦잠을 잤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첫날부터 늦잠이라니… 그것도 메신저 알림 소리 덕분에 겨우 일어났다. 친구와 지인들이 일출 사진을 연신 보내왔다. 포항 구룡포, 울산 대왕암, 정동진 등에서 보내온 일출 사진 사이에 유튜브 동영상이 있었다.

일출 이미지를 모아놓은 동영상- 배경음악은 마그마의 '해야'. 새해를 맞을 즈음, 딱 생각나는 노래다. 내친김에 옛날 영상을 찾아보았다. 노래를 부른 조하문 오빠, 너무 잘생겼다. 이 오빠 좋다는 애들 엄청 많았었는데. 갑자기 박효신 말고 조하문 오빠랑 밥을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오빠라면 내가 멋지지 않아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분은 목사님이고 나는 1년 계획을 하루도 못 지키는 불쌍하고 어린 양이니까 말이다. 거창한 계획도 아닌데 이게 뭐야. 에휴 내 삶이 깜깜하다. 그래도 어둠을 먹고 해는 뜨겠지. 해도 뜨는데 나도 또다시 Go(고)!


태그:#마그마 해야, #올드걸의 음악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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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주부입니다. 교육, 문화, 책이야기에 관심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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