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기운이 만연할 때면 점심 후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집니다. 춘곤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죠. 국회의원이라도 별 수 없겠죠? 본회의장에 앉아 책을 읽던 한 의원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국회 보자기를 덮은채 자고 있다(자료사진).
 봄기운이 만연할 때면 점심 후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집니다. 춘곤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죠. 국회의원이라도 별 수 없겠죠? 본회의장에 앉아 책을 읽던 한 의원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국회 보자기를 덮은채 자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3년차 직장인 이준혁(32·가명)씨는 매년 이맘때만 되면 쏟아지는 졸음과의 싸움에 힘겹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따뜻한 봄기운이 만연할 때면 점심 후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는 식곤증과 싸우느라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일쑤입니다.

이씨는 참을 수 없는 식곤증 이외에도 지속된 피로감과 식욕부진, 그리고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집중력을 요구하는 회사에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현상까지 호소합니다.

최근에 이씨처럼 봄철을 맞아 몸이 노곤한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히 이러한 증상을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계절성 피로감'입니다.

춘곤증, 왜 생기나?

한의학적으로 보면 봄은 상승하며 발산하는 기운이 최고조에 달하고, 겨울에 단단했던 땅을 뚫고 일어나 발산하는 기운이 강하므로 신진대사가 항진되게 됩니다. 또한, 바람이 많아져서 마음을 흥분시키게 됩니다.

이연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내과 교수는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는 환경적인 변화인 봄기운에 적응해야 하는데, 인체가 이러한 급격한 욕구에 적응하지 못하여 생체 주기가 깨져 춘곤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최희정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봄에는 겨울에 비해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고 그중에서도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증가한다"면서 "춘곤증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식생활이 피로감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점심 이후에 심하게 졸음이 오는 현상에 대해서는 식사를 끝내고 나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려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도 줄어들게 되면서 더 졸음이 오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춘곤증을 이기는 생활의 활력소, 운동

서울 지하철 열차 내에 게시된 체조 홍보문. 따로 운동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 내에서도 2∼3시간마다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서울 지하철 열차 내에 게시된 체조 홍보문. 따로 운동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 내에서도 2∼3시간마다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관련사진보기


춘곤증을 빨리 이겨내려면 우선 겨울 동안 경직되어 있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적절한 운동이 중요합니다.

노용균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맨손체조를 하고 직장 내에서도 2∼3시간마다 스트레칭 등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봄철에 하는 운동은 걷기나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 중 하나를 택해 하루 20∼30분씩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면서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거나, 몸을 유연하게 하는 스트레칭과 맨손 체조 등을 매일 해주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규칙적 생활, 춘곤증 벗어날 수 있어

춘곤증 자체는 병이 아닙니다.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질 때는 30분 이내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고 하는데, 만약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은 영화 <4인용 식탁>의 한 장면.
 춘곤증 자체는 병이 아닙니다.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질 때는 30분 이내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고 하는데, 만약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은 영화 <4인용 식탁>의 한 장면.
ⓒ 싸이더스(Sidus)

관련사진보기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중요합니다. 최희정 교수는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질 때는 30분 이내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면서도 "평소 무리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갖고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되, 늦게 자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겠다고 휴일에 잠만 자면 오히려 다음날 더 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과음을 하는 경우 다음날 증상을 심하게 느낄 수 있으므로 과음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좋은 수면을 위해서는 흡연, 음주, 지나치게 긴 낮잠, 카페인 음료, 취침 전 운동이나 컴퓨터 게임, 늦은 시간까지의 TV 시청 등 숙면 방해요인들을 피해야 합니다.

춘곤증 해결사, 충분한 영양 섭취

춘곤증에 좋은 봄나물
1. 부추 - 따뜻한 채소로 오장과 허리, 무릎 등을 따뜻하게 해주며, 기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좋다.

2. 미나리 - 혈액의 산성화를 중화시키며, 냉증에 좋고, 갈증을 없애므로 숙취제거에 좋다.

3. 냉이 - 간을 튼튼하게 하여 눈을 맑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달래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보혈작용이 있다.

4. 씀바귀 - 식욕을 증진시키고, 정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5. 쑥 - 식욕을 돋구어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 이연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내과 교수
춘곤증은 비타민 B1이 부족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이 되어 활동량이 늘어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함으로써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봄철에는 신진대사 기능이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증가하므로 비타민 섭취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매운맛을 가진 식품은 발산하므로 봄의 양기를 도울 수 있으며, 신맛은 식욕을 돕고 소모된 기운을 거둬주는 역할을 하며, 따뜻한 음식은 양기를 보호하는 데 이롭습니다.

이연월 교수는 "쑥, 미나리, 질경이, 부추, 냉이, 달래, 씀바귀 등의 봄나물은 신선한 맛으로 잃었던 미각을 살릴 뿐 아니라 그 영양으로 나른한 몸의 피로를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이와 같은 봄나물은 소화를 도와 장과 위를 다스리며, 간의 기능을 강화시켜 피와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봄철에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지방이 많거나 단 음식보다 침 분비를 촉진하는 신맛의 양념이나 드레싱을 이용한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좋고, 자판기 커피나 담배, 청량음료 등은 피해야 합니다.

피곤하다고 무조건 춘곤증?

잠이 부족한 아이들.
 잠이 부족한 아이들.
ⓒ 이기원

관련사진보기

춘곤증 자체는 결코 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봄철에 느끼는 피로가 모두 춘곤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최희정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춘곤증은 1∼3주가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정상인데, 만약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피로감은 춘곤증의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많은 질병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예들로는 빈혈, 간염, 결핵,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갑상선 질환 등의 기질적 이상이나 불안, 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에 의한 피로 등이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은 대부분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되어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질병의 초기에는 단순히 피로감을 느끼는 것만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신체적으로 큰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음이 장기간 지속될 때는 수면장애나 만성피로일 수도 있고, 늘 피로한데다가 식욕이 좋아 많이 먹는데도 오히려 체중이 빠지고 있다면 당뇨병이나 갑상선질환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빈혈과 같은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럴 땐 소변·혈액 검사와 X선·복부초음파 촬영 등을 통해 피로의 원인 질환을 밝혀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춘곤증, #봄나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