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의 역동적인 김남일 선수의 모습.
ⓒ 남궁경상

관련사진보기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축구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져온 김남일(수원 삼성) 선수가 쓰러져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수원 삼성 측의 공식적 발표로는 '스포츠 헤르니아'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어 구단 측은 오는 23일 일본의 한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후 수술을 받는다고 20일 발표했습니다. 결국 김남일 선수의 대표팀 합류는 불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그러면 김남일 선수를 수술대로 이끈 '스포츠 헤르니아'는 어떤 병일까요? 우선 이런 사실을 알아보기 전에 '헤르니아(hernia)', 즉 '탈장(脫腸)'이 뭔지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헤르니아(탈장)'란 복부 내장이 복막에 싸여있는 그대로 복벽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는 병을 말합니다. 원인으로는 선천적으로 복벽이 약해서 나오는 경우와 복부 수술이나 심한 운동 등이 동반되어 후천적으로 복벽이 상하면서 생기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아시안컵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됐던 김남일 선수를 쓰러트린 '스포츠 헤르니아'는 원래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생소한 질병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단지 '서혜부 통증'이나 '만성 서혜부 통증' 등으로 불렸습니다만, 이런 증상이 많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공통으로 보였기 때문에 1990년대 말 이후로 '스포츠 헤르니아'라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 전체 부상 중 2~5%... 그랜트 힐·도노반 맥냅도 NBA의 스타플레이어 그랜트 힐(올랜도 매직), NFL 주전 쿼터백 도노반 맥냅(필라델피아 이글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구대성(한화), 재일교포 출신의 이종격투기 스타 추성훈, 그리고 '투르크 전사' 이을용(서울)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김남일 선수와 같은 병명으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이렇듯 이 질환은 여러 종목의 선수들에게 나타나고 있고, 운동선수들의 전체 부상 중 2~5%를 차지할 만큼 흔한 질병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몸을 자주 굽히고 앞으로 몸을 기울이는 동작을 많이 하는 하키·테니스·축구 선수들에게서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추성훈 선수와 같이 복근이 엄청난 운동선수들이 왜 헤르니아가 생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꺼운 복근이 장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주긴 하지만 대부분의 복근이 튼튼하다고 해도 그 중 일부에서 균열이 생기면 그곳으로 장이 빠져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증상은 대퇴부와 연결된 아랫배에 통증이 있고, 통증 부위에서 돌출된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또 아랫배 통증은 몸을 앞으로 굽히는 동작을 하거나 배에 힘을 줄 때, 그리고 기침을 할 때에도 통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 정상적인 경기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겠죠. 특히 스포츠 헤르니아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다른 헤르니아와 달리 복벽에서 돌출된 부위가 반드시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질병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헤르니아의 진단은 다른 질병들이 없는지를 모두 검사하고 난 이후에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선수들이 배가 아픈데 다른 질병이 발견되지 않으면 '꾀병'으로 치부해버리고, '투혼'을 강조하며 경기장으로 내몰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투혼' 강조하며 경기장으로 내몰았지만
 지난 4월 14일 K리그 삼성과 대구와의 경기에서 포효하는 김남일 선수.
ⓒ 수원삼성 블루윙스

관련사진보기

현재 김남일 선수에게도 '하필 왜 이 시점에서 배가 아프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일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받고 있는 선수와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론 스포츠 헤르니아로 진단받는다고 하여도 바로 수술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배 근육 강화운동을 통해 회복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휴식을 통해서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복벽을 강화하는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수술은 완치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신승환 일반외과 전문의는 '스포츠 헤르니아'에 대해 "수술 후 1달 이후에는 정상적인 운동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한번 생긴 헤르니아는 심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 계속해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덧붙여 그는 김남일 선수의 부상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저 역시 김남일 선수의 빠른 회복을 위해 쾌유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김남일 스포츠 헤르니아 수원 삼성 운동선수 아시안컵 축구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