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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개그'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몸개그. 말 그대로 몸으로 웃긴다는 것인데,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를 그렇게 부른다. 1910년대 미국 영화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슬랩스틱 코미디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찰리 채플린이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몸개그 대신에 말로 웃기는 '조크'가 유행이었다. <자니윤 쇼>가 나오고부터 말로 웃기는 조크가 고급 개그의 대명사처럼 됐었다. 그러나 이젠 말로 웃기는 토크쇼가 뒷전으로 밀리고 몸으로 웃기는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고 한다. 몸개그라 불리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뜨는 걸 보면 사람에게 있어 웃음은 원초적인 게 먹히나보다. 

그럼 만화는 어떨까? 만화에서는 조크, 즉 대사로만 웃기기는 힘들다. 이른바 개그컷이라고 하는 이 그림은 무턱대고 웃기는 표정이나 동작만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황에 맞게 웃겨야 한다. 그래서 이런 코믹을 상황코믹이라고도 하는데 이걸 잘하려면 동작을 잘 나타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만화작가라고 개그컷을 다 잘 그리는 건 아니다. 무게 있는 만화를 그리는 극화체 작가들은 개그 만화에 상당히 약하다. 그들이 그리는 만화에는 코믹한 장면이 잘 나오지도 않지만 어쩌다 개그컷을 그리더라도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미스 헬로우>와 <유도부 이야기>는 도서출판 대원, <다 덤벼!>는 학산문화사, <고블린>은 서울문화사에서 나왔다.
▲ 고바야시 마코토 만화들 <미스 헬로우>와 <유도부 이야기>는 도서출판 대원, <다 덤벼!>는 학산문화사, <고블린>은 서울문화사에서 나왔다.
ⓒ 고바야시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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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개그를 잘 그리는 작가'하면 고바야시 마코토를 빼놓을 수 없다. 고바야시 마코토 만화는 필요 이상 과장돼 있는 표정과 몸개그라 불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특별히 웃기지는 않는다. 현실의 개그맨을 빌어 말하자면, 넘어지고 부딪치지만 사람들이 별로 웃지 않는 그런 코믹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의 만화는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개그맨을 보는 것 같아 정감은 간다.

고양이를 그린 만화 <왓츠 마이클>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코토가 실은 격투기 만화를 잘 그리는 귀재라는 것도 재밌다.

35권으로 나왔다가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27권으로 다시 나왔다.
▲ 시티 헌터 35권으로 나왔다가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27권으로 다시 나왔다.
ⓒ 학산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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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컷을 잘 그리기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로는 <시티 헌터>를 그린 호조 쯔카사가 있다. 예쁜 여자만 보면 어떻게든 달려들고 보는 주인공을 여자 친구가 망치로 내려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 장면은 국내 작가들도 많이 응용해서 쓰곤 했다.

다음은 토리야마 아키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인데, 이른바 뜨는 학습만화는 이 작품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만큼 우리 만화 깊숙이 자리 잡았다. 고바야시 마코토와 호조 쯔카사 만화가 어른을 위한 몸개그라면 <닥터 슬럼프>는 어린이를 위한 몸개그다.

그럼 <아기공룡 둘리>로 이름난 김수정 만화는 대사가 꽤 많은데 어떤 축에 속할까? 많은 대사로 인해 조크인지, 슬랩스틱 코미디인지 헷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슬랩스틱 코미디, 즉 몸개그로 봐야 한다. 아이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웃는 건 김수정 특유의 대사보다는 넘어지는 동작 때문이다.

사람들은 '만화'하면 심각한 걸 떠올리기보다는 재미있다는 걸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만화는 앞으로도 쭈욱 몸개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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