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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反面敎師). 주로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가르침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12명 목숨을 앗아간 아현동 가스 폭발, 32명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501명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최근 들어서는 10명 목숨을 앗아간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40명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참사, 국보 1호 숭례문 화재까지. 지난 3월 1일에는 인천 주상복합 건물에서 불이 나 귀중한 생명 3명이 또 죽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고들로 인해 뉴스 보기가 겁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지만 어이없게도 비슷한 사고가 참 많이도 일어난다.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나면 불같이 분노하지만 또 빨리 식어버린다. 그래서 관리감독 하는 사람들은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우리 국민은, 사회는 마치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야후(YAHOO)>(학산문화사). 윤태호 작품으로, 제목으로 쓴 야후는 조나단 스위프트 작품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인간 모습을 한 야수를 가리킨다. 80년대 이후 일어난 대형 사건을 통해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살아가는 환경이 전혀 다른 김현과 신무학이란 두 젊은이와 그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가 1969년생이니 이 작품에 나오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현실과 공상을 적절하게 풀어냈다.

 

김현은 아버지와 함께 건물 붕괴 사고를 당하는데 그곳에서 무너지는 건물더미에 깔려 죽는 아버지를 본다. 열아홉 살 소년이 겪어내기엔 엄청났을 사고. 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집을 팔고는 죽기 위해 오토바이로 폭주하는 김현을 오토바이 기동대인 김윤수가 구조하게 되고, 그의 뜻에 따라 김현은 수도경비대라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딴 생각 할 틈도 없는 팍팍한 그곳 생활과 아버지 같은 김윤수는 김현을 안정시켜 준다.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라도 그 아들에게는 아버지다. 또 다른 청년 신무학은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는 아버지를 미워해 일부러 삐딱하게 행동한다. 돈이 없으면서도 당당한 김현을 동경해 김현이 있던 수도경비대에 들어가고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신무학은 미워만 했던 아버지가 비리혐의로 구속되고 암까지 걸리자 비로소 안타까워한다.

 

한편 김현을 받쳐주던 작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바로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투입되고 나서다. 그곳에서 김현은 어린 여고생이 깔려 죽는 걸 본다.

 

그건 바로 아버지 죽음과 같은 것이어서 잊고 있던 고통을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사라지는 절망. 김현은 불감증에 걸린 이 사회를 향해 분노한다.

 

작가 윤태호도 '분노를 모르는 불감증 걸린 사회를 위하여'라고 했듯이 이 작품은 불감증에 걸린 그들과 또 나에게 물음을 던져준다.

 

우리는 날마다 크고 작은 사건을 접해서인지 웬만한 사건쯤은 무관심하다. 경부운하도 그렇다. 벌써부터 환경 대재앙이니 하는 말이 심심하지 않게 나오지만 사람들은 꿀 같은 단맛에 길들여진 듯하다.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일어날까? 그때마다 사람들은 불같이 분노만 하다 금세 차갑게 식을 것이다. 사회적 논쟁거리에 관한 분노는 표출돼야 한다. 참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분노는 정당해야 한다.

 

얼치기 분노로 애꿎은 목숨을 빼앗는 어설픈 따라쟁이들도 나오는데 이 작품에선 지존파를 연상시킨다. 만화 속 김현의 분노는 옳다. 이 사회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또 다른 김현이다.

 

<야후(YAHOO)>는 1999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고 스무 권으로 끝난 작품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 속에서 이 작품은 끝나지 않았다.


야후 Yahoo 1

윤태호 지음, 학산문화사(만화)(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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