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핌 페르베이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축구협회가 26일 핌 페르베이크 독일월드컵대표팀 수석 코치를 딕 아드보카트 감독 후임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2007년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예선 B조 대만과 원정경기를 8월 16일 치러야 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대한축구협회의 발빠른 후속 조치는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감독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히딩크의 성공 이전, 이후에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1967~68년 독일인 크라우츤이 한국 청소년대표팀을 지도했고, 1971년 영국인 애덤스가 대표팀 코치로 일하면서 외국인 지도자와 한국 축구의 인연은 시작됐다.

1991년 1월 독일인 데트마르 크라머가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으나 국내 지도자들의 '흔들기'를 견디지 못하고 1992년 3월 귀국길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비쇼베츠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1승1무1패로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도 국내에서 활동할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비쇼베츠 정도를 빼고는 '성공작'이라고 할 만한 영입 사례가 없다. 히딩크 이후에도 움베르투 쿠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를 거치며 대표팀 사령탑이 흔들렸다.

외국인 지도자 영입 성공 사례인 히딩크 감독조차도 월드컵을 1년7개월여 앞두고 대표팀을 맡았다. 사실상 단기 처방에 가까웠다. '속성 과외'였다. 이번에 대표팀 지휘봉을 놓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더 나아가 '족집게 과외'였다.

한국 축구도 이제는 대표팀 전력 향상은 물론 이를 통한 국내 축구의 전반적 발전을 위해 적어도 4년 정도는 믿고 맡길 감독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핌 페르베이크 신임 감독이 한국 축구를 잘 아는 이른바 '지한파'임은 틀림없겠지만 과연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이끌만한 경험이 축적돼 있는 지도자인지는 의문이다.

다음으로는 내국인 감독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 축구가 외국인 지도자에 눈길을 돌린 것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인 학연, 지연 등에서 벗어난 감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대회는 물론 2006년 독일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많이 해결했다. 또 과거와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이제는 외국인 감독의 선진 코칭 기법이나 선수 장악력을 보고 배운 내국인 지도자들이 거꾸로 외국인 스태프를 거느리고 대표팀을 운용할만한 시기에 이르렀다.

믿고 맡기고 흔들지 않으면 내국인 감독도 해낼 수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은 스페인, 독일, 볼리비아와 맞서 2무1패로 선전했다. 스포츠에서 가정은 없지만 그때 그 멤버로 홈에서 경기를 치렀으면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대표팀 감독은 내국인이었다.

아드보카트의 예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지만 외국인 지도자는 떠나면 그만이다. 한국 축구에 남는 게 없다.

과거 한국 축구는 여러 차례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단기적 성적 부진에 따른 압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대표팀을 꾸리는데 실패했다. 이같은 상황은 외국인 감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여기에 대표팀 감독의 문제가 있다. '단기 감독'을 언제까지 내놓을 것인가.

대한축구협회는 핌 페르베이크 감독과 2년 계약했다. 내년 7월 동남아시아 4개국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과가 있으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도 맡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단기 감독일까? 쓸데없지만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또 든다.
2006-06-26 16:4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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