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는 6월 북한에 갑니다.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두 손을 맞잡은 장면을 TV화면으로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남북은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런데 스포츠만큼은 1991년 탁구와 청소년축구의 단일팀 구성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같은 국제 대회 개폐회식 때 공동입장하고 북측이 남측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등 일정 부분 발전한 측면이 있지만 남북 스포츠 교류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종합경기대회 단일팀 구성은 지지부진입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이 동시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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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지난해 11월 동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마카오에서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단일(유일)팀을 출전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1991년 남북 단일팀의 탁구 여자단체전 우승, 청소년축구 세계 8강의 가슴 뜨거운 기억을 안고 있는 스포츠팬들은 다시 한번 '코리아'의 함성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7일 개성에서 첫 번째 실무회담을 한 이후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뚜렷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지난 4일 국가올림픽연합회(AN0C) 총회를 계기로 남북 올림픽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만나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으나 이렇다할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 남북단일팀이 출전하는 문제에 대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자세는 적극적이고 호의적입니다. OCA의 협조적인 자세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는 물론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에서 남북 양측이 바라는 바를 최대한 많이 관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령 개인종목 출전권을 더 많이 확보하는 노력을 해볼 만합니다.

남북단일팀이 구성될 때 일부 우수선수가 단일팀 구성과정에서 탈락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 받게 될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문제 등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이전에 남북이 과연 단일팀을 실제로 만드는데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느냐가 단일팀 성사의 열쇠입니다. 합의만 해놓고 실행하지 않은 경우를 여러 분야에서 수없이 봐왔습니다.

단일팀이 출전할 대회를 앞둔 시점에 남북 양측의 정치적 지형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느냐는 남북단일팀 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긴장관계에 놓이면 그 어떤 합의도 소용이 없게 됩니다.

종목별 선수 구성 방안 마련과 선발전, 합동훈련 등 기술적인 문제를 따져 볼 때 오는 8월쯤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 될 것 같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마침 6월에 방북합니다. 남북 단일팀 구성 합의가 실행단계로 들어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시내 목란관에서 만찬을 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로부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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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에서 결정되면 종목별 세부내용은 남북 경기인이 상대의 전력을 잘 알고 있어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양측은 이미 15년 전 성공적으로 단일팀을 운영했고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상대 선수와 경기력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습니다.

남북 단일팀의 명분과 메달 획득이라는 실리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방안은 해당 종목별 관계자들에게 맡기면 될 것입니다. 그들은 전문가들이니까요.

선수선발부터 선수단 구성과 운영까지 남북단일팀과 관련한 모든 과정의 표준안은 15년 전에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때 만든 표준안에 조금만 손질을 하면 훌륭한 제15회 하계아시아경기대회 '코리아' 선수단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2년 뒤 베이징에서 벌어지는 제29회 하계올림픽에서 세계인은 하나 된 '코리아'를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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