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4월 경남대 학생 이만기는 최욱진 이준희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민속씨름 초대 장사 꽃가마에 오릅니다. 그때 경남대 코치이자 훗날 현대씨름단에서 '이만기 전성시대'를 이끈 황경수 감독은 선수를 뽑을 때 지론이 있었습니다.

"씨름 선수는 엉덩이가 '빵빵' 해야 해."

황 감독의 이 같은 스카우트 원칙을 들은 게 1992년 3월 울산에 있는 현대씨름단 연습장에서였습니다. 그때 황 감독은 '새내기' 신봉민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꼭 2년 뒤인 1994년 3월 신봉민은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30회 천하장사대회에서 황소 트로피를 치켜들었습니다. 신봉민은 1997년 9월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제35회 천하장사대회에서 다시 한번 꽃가마에 오르며 김정필 백승일 이태현 김경수 김영현 황규현 최홍만 등과 10여 년동안 모래판의 왕좌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신봉민은 지난해 12월 기장 장사대회 백두급에서 3품을 하고 올해 현대 코치로 등록했습니다.

요즘 국민생활체육 전국씨름연합회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황 감독의 선수 보는 눈이 10년 넘게 빛을 발한 것입니다.

운동선수가 엉덩이 허벅다리 등 하체가 튼실해야 한다는 말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옵니다. "투수는 하체로 던진다"는 야구쪽 이야기도 이 같은 사례에 듭니다. 다리가 풀리면 슛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게 농구쪽에서는 정설입니다. 역시 하체와 관련된 말입니다.

지난달 31일 막을 올린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초반 기세가 무섭습니다. 홈런(3개 공동1위), 타점(10개 단독1위), 안타(12개 공동5위 이상 10일 현재)등에서 팀의 주력타자로는 물론 리그 정상급 타자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 이승엽
ⓒ 요미우리 자이언츠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일본프로야구 시즌 초반까지 이승엽의 활약을 지켜보며 은근히 눈길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이승엽의 하체입니다.

야구팬 여러분 가운데 혹시 1992년, 1993년 공주고 한양대를 다니던 박찬호의 체격을 기억하는 분이 계시는지요. 1993년 7월 버펄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한국대학선발의 주력투수로 뛴 박찬호는 유니폼이 헐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호리호리한 몸매였습니다.

그런 체격으로 쿠바와 치른 결승전에서 시속 150km 안팎(92~96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찬호가 1994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게임을 뛰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때도 몸매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4년~1995년 마이너리그 샌 앤토니오 미션스(더블A), 앨버커키 듀크스(트리플A)를 거쳐 LA 다저스로 올라온 박찬호는 '새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유니폼 아랫도리가 찢어질 듯 하체는 탄탄했고, 상체도 하체에 맞춰 균형있게 발달해 있었습니다. 쉼없는 달리기와 웨이트트레이닝의 결과였습니다. 박찬호는 2년 새 하체로 던지는 투수가 돼 있었습니다.

예전 야구 선배들은 근육이 딱딱해진다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멀리 했습니다. 그러나 달리기만은 열심히 했습니다. 고교야구선수들이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앞서 운동장을 20~30바퀴씩 도는 장면을 1960~70년대에는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도 러닝은 기본입니다만.

아무튼 야구를 포함해 모든 운동에서 하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이승엽의 좋은 성적은 튼튼한 하체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봅니다. 겨우내 이승엽이 많은 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하체에서 느껴집니다.

기술적으로는 타격의 여러 단계가 간결해 졌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이승엽은 국내에서 뛸 때 투수의 투구 동작에 맞춰 오른발을 들어 왼쪽발 쪽으로 끌어당기고, 다시 오른다리를 들어올린 뒤 내디디며 타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승엽의 타격 동작은 간결해졌습니다. 오른발을 들었나 싶은데 바로 내리면서 때립니다. 또 홈런이 나오기 시작하면 홈런을 더 치려고 엉덩이가 돌아가는 정도가 심해지고, 이런 과정에서 시선이 흔들리고 타격 슬럼프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힘을 모으기 위해 엉덩이를 많이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하체가 든든하니 시선이 흔들리지 않은 채 안정된 타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운동을 많이 해 하체가 든든해지고 몸 전체에 근력이 붙고 심폐기능이 좋아지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붙게 되잖습니까. 정신적인 부분이죠. 그러니 운동선수는 어떻겠습니까.

튼튼한 하체에 대한 믿음에 부드럽고 안정된 타격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일 아니겠습니까. 이승엽이 요즘 잘 나가는 이유일 겁니다.

이승엽, 시즌 4번째 멀티히트..팀 승리 발판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이승엽이 치면 요미우리는 이긴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승엽(30)이 시즌 4번째 멀티히트(2안타 이상) 경기를 펼치며 팀이 낙승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승엽은 11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시즌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로 타율을 0.364에서 0.389(36타수 14안타)로 끌어올렸다.

이승엽은 이날 히로시마의 우완 에이스 구로다 히로키를 맞아 빠른 스윙 스피드로 그의 150Km 가까운 광속구를 무력화시켰다. 구로다는 지난해 15승(12패)으로 센트럴리그 다승 1위, 방어율 2위(3.17) 탈삼진 3위(165개)에 오른 정상급 투수다.

2회 선두 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구로다의 2구 바깥쪽 147Km 직구를 결대로 밀어 3루 베이스 안쪽으로 흐르는 타구를 날렸다.

좌타자인 이승엽의 타구에 대비하기 위해 이른바 `이승엽 시프트'로 수비 위치를 조정, 3루 베이스와 유격수 평소 위치 중간에 자리 잡았던 히로시마 3루수 아라이 다카히로는 역동작으로 잡으려했지만 타구를 놓쳤고 글러브를 맞고 공이 느리게 좌익수 앞으로 흐르는 사이 이승엽은 무사히 2루에 도달했다.

이승엽의 시즌 2번째 2루타.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4회 1사 3루에서는 역시 구로다의 가운데 직구를 밀어 직선타를 때렸으나 전진 수비하던 상대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 타점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이승엽의 진가는 7회 빛이 났다.

안타수 2-2, 점수 0-0의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던 7회, 선두 니오카 도모히로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자 이승엽에게 찬스가 왔다.

이승엽은 구로다의 142Km짜리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를 무리없이 밀어 3.유간을 꿰뚫는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며 대량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속 다카하시 요시노부는 우전 적시타로 니오카를 불러 들였다. 이승엽은 6번 고쿠보 히로키의 좌전 안타 때 3루를 돌아 홈을 파고 들었다. 시즌 15득점째.

불붙은 요미우리 타선은 아베 신노스케의 우중간 2루타, 시미즈 다카유키의 희생플라이, 다카나카의 우전 적시타 등으로 대거 5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이승엽은 8회 수비부터 구로다 사토시로 교체됐다.

요미우리는 5-0으로 승리하고 8승2패로 리그 선두를 굳게 지켰다. 선발 제레미 파월은 3피안타 완봉승을 낚았다.

양팀은 12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cany9900@yna.co.kr / 연합뉴스
2006-04-11 22:4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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