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유성호


영화 <아워바디>는 제목처럼 직관적인 작품이다. 지난 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해 온 자영(최희서) 앞에 우연히 나타난 현주(안지혜)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의 소유자. 몸과 마음이 지친 자영에게 현주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건강한 몸과 자신 넘치는 정신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자영은 현주를 따라 서울 곳곳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 한 줄기 빛이었던 현주조차도 실은 오랜 시간 등단을 준비해 온 작가 지망생이었다. 영화는 제도권 사회에서 아무 존재감도 보이지 못하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에게 어떤 환기를 선사한다. 23회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앞서 토론토영화제에서 초연 후 관객의 환호를 받은 바 있다. 이 이야기를 품고 영화로 밀고 나간 장본인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영화아카데미 33기 신예 감독인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를 영화제 기간 중 만날 수 있었다.

절실함의 결과물

 


마침 GV(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막 끝내고 돌아온 뒤였다. 한창 드라마 <빅 포레스트> 촬영 중이었지만 "가장 처음 하는 GV와 마지막 GV 행사는 꼭 참여하고 싶어 다시 부산에 내려왔다"며 최희서가 환히 웃어 보였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가람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가 딱 영화제 기간이었다. 그때 <죄 많은 소녀>도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출신들이 많이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를 잘 만들어서 부산이 마치 유토피아인 것처럼 내년에 부산에 잘 가져가 보자고 우리끼리 다짐하던 게 기억난다(웃음)." (한가람 감독)

"내년이면 제가 데뷔 10년 차가 된다. 10년 동안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아워바디>를 통해 20대에 고민했던 걸 자영이라는 인물로 다시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 5년 전엔 아시아영화아카데미 행사로 부산에 왔었다. 멀찍이서 선배님들 영화도 보고 그랬는데 올해 작품으로 부산에 올 수 있어서 한가람 감독님과 잠깐 울컥했다." (최희서) 


분명 여동생이 있는 자영, 그리고 자신만만한 현주 등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지만 <아워바디>를 여성주의 영화 틀에 가두긴 좀 찜찜했다. 남성 캐릭터로 끌고 갔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보편적 이야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가람 감독이 이 캐릭터를 여성과 몸으로 치환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저도 여성 영화를 노리고 한 건 아니었지만 주인공이 여성이었으면 했다. 강함이 있고 자신감을 얻길 원했다. 제가 딸이다 보니 살면서 엄마에게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여성 캐릭터로 해야 자영의 고민이 잘 나올 것 같더라. 또 제가 언니가 있다 보니까 자매 이야기를 좋아한다." (한가람 감독)  

"저는 또 여성 배우다 보니 생각이 좀 달랐다. 한국의 장르 영화에서 여성 배우가 제한적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고, 그런 캐릭터가 존재할 수밖에 없잖나. 이 작품을 통해 30대 여성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쳐다보고 싶었다. 굳이 여성영화로 규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필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 수가 적다 보니까..." (최희서) 


<아워바디>와 최희서 인연은 각별했다. <박열> 개봉 직후 한창 홍보할 때 최희서는 서울 홍대입구 부근에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찾아가 본인의 프로필을 돌렸다. 지인이 마침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있었기 때문에 문을 열어 달라 부탁해 10부를 '예비 감독' 책상에 각각 놓은 것. 

"그게 인연이었다. 근처에 여러 영화사들도 있었지만 전 딱 아카데미만 찾아갔다. 아카데미의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꼭 하고 싶었다. 노트북에 <장례난민>(감독의 전작 단편)이라는 제목이 깜빡거리더라. 또 한가람이라는 이름이 평범하진 않잖나. 거기에도 제 프로필을 놨다(웃음). (최희서)

"프로필 사진이 너무 좋았다. <아워바디>를 쓰고 난 뒤 보니 최희서 배우가 자영이와 매우 닮아있더라. 겉으론 부드러워 보이지만 내면에 강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박열>에 출연하신 걸 모르고 있었는데 친구가 '이젠 최희서씨가 (너무 유명해져서) 네 영화에 출연 안 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동안 그 프로필을 갖고만 있고 연락을 못 드리다가 후회를 남기면 안 될 것 같아서 나중에서야 연락했다." (한가람 감독)


그렇게 인연이 됐다. 시나리오를 받아 든 최희서는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단번에 출연하겠다고 감독에게 직접 연락한 것. 서로의 절실함이 통했다고 할 수 있다.

온몸으로 겪은 이야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유성호


한가람 감독은 방송국 입사를 꿈꾸던 지망생이었다. 비정규직으로 5년간 방송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아워바디> 속 자영에 담겨 있었다. 최희서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이 엄청 많은 생각을 하면서 쓴 것 같았다"며 한가람 감독의 속마음을 대신 전했다. 

"아카데미 단편 과정 때부터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데 단편으로 하기엔 길다는 생각이 있었다. 20대 후반일 때 주변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더라. 취직한 친구들이 운동을 시작하며 사회적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 같이 운동을 해봤다. 왜 하는지 알겠더라. 백수 시절이 길었고, 시나리오를 계속 쓰면서도 영화 한 편 제대로 못 만들 때의 그 심리를 영화로 풀어보고 싶었다.

일단 제목 자체는 시놉시스 때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요즘 운동 관련 프로그램이 되게 많잖나. 바디라는 단어 자체가 옛날과 다르게 사회적 의미가 들어간 것 같더라. 몸이 좋으면 그 사람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한국에서 특히 바디라는 단어에 어떤 다른 느낌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한가람 감독)


삶의 목표를 상실한 자영을 최희서가 온몸으로 품었다. 실제로 최희서는 20대 초반부터 연기자를 꿈꿨을 정도로 목표의식이 분명했고, 자존감 또한 스스로 높여온 쪽이라 자영과는 많이 다른 사람일 수 있었다. 이런 질문에 최희서는 현답을 내놓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자영을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 모든 사람이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후 자영이의 특별함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스스로 가둬둔 게 많더라. 8년 고시생 생활로 눈빛, 태도, 말투 등이 그녀의 특별함을 감싸는 것 같았다. 엄마나 친구에게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영화에선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좋아진다는 설정이라 저 역시 실제로 몸을 만들어 갔다. 평범했던 자영이가 조금씩 건강해지면서 말투에도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현주에겐 일관됐지. 그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마치 좋아하는 언니나 선배에게 하는 말투가 나왔다. 엄마나 동생에게 하는 말투가 또 달라야 했고, 여러모로 고민하면서 표현할 부분이 많았다.  

제가 자영이에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주변에 자영이와 닮은 친구들이 많아서였다. 영화에 나오는 자영의 친구 민지 같은 친구들도 있었다. 민지처럼 취직해서 대리가 된 친구들은 일은 하고 있지만 매일 피로 때문에 꿈을 잊고 살고 있었고, 취직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친구들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제게 자영이는 옆 동네 사는 자취하는 그런 친구 같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할 것 같은, 숨이 차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사람. 제가 표현할 어떤 결이 있을 것 같았다." (최희서)


삶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힘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영화<아워바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과 배우 최희서.ⓒ 유성호

 
이른 시기 연기자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온 최희서, 반면 20대에 영화를 찍진 못했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온 한가람 감독은 서로 다르면서도 통하는 본질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1985년, 1986년생 또래인 두 사람은 함께 <아워바디>를 준비하고 토론토영화제를 다녀오면서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감독님에게서 이야기에 대한 고민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교육과정을 겪었고, 고민도 비슷하다. 이준익 감독님이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제 입장에선 이준익 감독님을 떠난 후 첫 현장이다 보니 그만큼 의미가 컸다." (최희서)

두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을 물었다. 배우가 느낀 대로 한가람 감독은 벌써 장편 시나리오를 세 편 정도 갖고 있을 정도로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주로 사람들에게서 얻는다"며 한 감독이 말을 이었다.

"영화에서 자영이가 현주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잖나. 저도 호기심이 생기면 파고든다. 선배든 주변 사람이든 말이다. 제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위로와 위안이라는 가치를 좋아한다. 지금 정확한 소재나 아이템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한가람 감독)

"자영이처럼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가 고3 무렵이었다. 공부에 치여 무기력했다. 그러다 대학 때 연기 동아리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맛 봤지.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연극 연기를 하며 뭔가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저 역시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또래 배우들, 영화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최희서)

그리고, 최희서가 영화 속 자영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그간 <동주> <박열> 등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마치 손글씨 쓰듯 꾹꾹 눌러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예전에도 제가 주체적으로 작품을 고를 입장이 아니기에 <아워바디>라는 작품은 제게 들어온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영이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게 가장 안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드라마든 영화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것 같은데 동시에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질문을 던지는, 또 제겐 도전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빅 포레스트>는 코미디 드라마인데 얘기만 들어도 웃음이 난다. 어느 순간부터 코미디 장르가 참 대단하다 느끼고 있다. <사도>에서 송강호 선배가 초반에 익살스럽게 하시는 부분이 마지막에 비극과 대조되며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코미디는 노련함이 필요한 것 같다. 저도 마침 도전해보자 하는 생각이다." (최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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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극찬... 최희서는 왜 죽은 이를 대신했나

[넘버링 무비 111]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아워바디>

이번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작품들 가운데 영화 <아워바디>는 최희서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제가 열리기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동주> <박열> 등의 작품을 통해 그녀가 보여줬던 뛰어난 연기력은 관객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5일 첫 상영 이후에는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이 퍼졌다. 이 작품은 여성의 몸과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 전반에 걸쳐 진행되지만, 단순히 여성의 삶에 대해서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무너져 있던 한 인간의 삶이 의도치 않았던 계기로 인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제시한다. 8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지쳐버린 자영(최희서 역)의 삶에 어느 날 우연히 현주(안지혜 역)가 들어온다. 자신과는 달리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현주가 달리는 모습에 자영 또한 그런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함께 달리게 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난 자영에게 주변 사람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만, 달리는 행위를 통해 그녀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현주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현주는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고 만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현주가 죽고 나자 다시 한번 자영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번에는 홀로 자신의 삶을 주도해 나가고자 한다. 타이틀 <아워바디>에서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몸이다.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알고 있듯이, 몸은 하나의 대상이 가장 먼저 판단되는 도구로 여겨지기도 하고 개인의 삶의 태도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반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획득하지 못하는 인정에 대한 욕구나 자존감과 같은 무형적 감정들을 스스로 획득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가람 감독은 자신이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냈을 때의 경험, 작지만 유일하게 얻을 수 있었던 성취감을 운동을 통해 얻었던 기억에서부터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이 직접적으로는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이라는 측면까지 확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영화는 현주의 죽음을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기점은 현주가 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 모두 중심에 위치한 인물은 자영이다. 그렇다고 현주가 자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도구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현주는 현주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을 갖고 있으며, 감독은 작품 속에서 그 삶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근거들을 작품 속에 배치해 놓는다. 전반부가 자영의 1차적 변화, 외적 변화를 통해 방치되어 있던 자신의 삶을 바로잡아 나가는 부분의 이야기라면, 후반부는 2차적 변화, 내면의 변화를 통해 흔들리는 삶에 곧은 심지를 세워나가는 부분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양쪽 모두에 '몸'의 요소가 활용되고 있다. 날씬하다, 뚱뚱하다와 같은 형용사로 표현되는 육체적 의미의 변화가 전반부에서 몸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 부분은 8년 만에 꺼낸 더 이상 맞지 않는 수 많은 청바지들을 거울 앞에서 입어보며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되는 장면 등을 통해 표현된다. 건강한 현주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대비되어 표현되는 것 역시 유사한 의미다. 반면, 후반부에서는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성'에 대한 문제로 몸의 요소를 활용해 나간다. 죽은 현주의 성적 판타지, 나이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을 자영이 대신 경험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후반부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해 감독은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의 표현이지만 회사 상사가 성적 주도권을 갖는 것이 아닌, 자영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능동적으로 행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의 말처럼 이 장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자영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 주체성을 인지하고 있고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전반부의 육체적 의미로서의 '몸'과도 이어진다. 육체적인 몸이 주는 자신감을 느낄 수 없었던 과거의 자영은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편, 죽은 현주의 성적 판타지를 자영이 의도적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것에는 자신이 우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현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두 사람이 달리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고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주가 자신의 깊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인물은 아니었기에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건강함, 활기를 얻기 위해 달리기를 따라 뛰었던 것처럼, 그녀의 심리적인 부분과 마음을 더 이해하기 위해 따라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자영은 언제나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로 하는 삶을 살아왔던 인물이다.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것 또한 지금 당장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언젠가에 이루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므로 이 또한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하는 것과 유사하다. 행복의 시점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영화의 마지막에서 자영이 호텔로 들어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홀로 현재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장면은 중요하다. 그녀의 삶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임을 암시한다. – 이 부분에서는 그녀의 몸이 달리기로 인해 매력적으로 가꾸어졌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몸의 형태가 어떠한지와 무관하게 개인의 몸은 소중해야만 하는 것이니 말이다. 몸이 가꾸어졌기 때문에 현재를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그녀는 분명, 현주의 판타지를 대신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판타지를 경험한 뒤에 일그러지는 삶의 모습에 대해 느낀 바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한 여성의 삶을 통해 개인은 물론 사회적 문제에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가는 한가람 감독의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느 한 부분 소홀하지 않고 개인에서 타인으로, 타인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다시 개인으로 순환되는 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힘 있으면서도 매끄럽다. 물론, 그런 연출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배우 최희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아워바디>는 자존감을 잃고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몸과 삶에 대한 주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3년 중 가장 활기 띠었다" 20만 못 넘겼지만, 가능성 봤다

[23회 BIFF] 결산 기자회견... <메기>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 돋보여

관객 수는 20만을 못 넘겼으나 정상화 원년의 체면은 살렸다. 올해 새로 시작한 커뮤니티 BIFF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뉴커런츠 상등 4개 부문을 수상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저력은 올해도 확인됐고, <메기> 이옥섭 감독은 4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부산의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3일 오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회 영화제를 결산했다. 지난 2년간의 영화단체 보이콧이 풀린 가운데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태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 주말 관객 수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관객도 3년째 20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영화제를 외면했던 영화인들이 대거 부산을 찾으면서 축제 분위기는 되살아났고, 커뮤니티 비프 등 남포동 원도심에서 진행된 행사들이 예상 밖의 호평을 받으며 전체적으로는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지난 2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 보이콧을 주도했던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0월 5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행사를 열었고, 중단됐던 한국영화감독조합상도 재개하면서 부산영화제에 힘을 실어줬다. CJ, 롯데, NEW, 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들의 파티가 재개된 것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 했다. 최근 3년간 영화제에 참여했던 한 언론 관계자는 "지난 3년 중에 가장 많은 영화인들이 모여들고 활력과 생기를 띤 영화제였다"며 "최근 2년 간의 행사와 크게 비교될 정도"라고 말했다. 태풍에 관객 수 1만 정도 영향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9월 4일 기자회견 때 말씀드렸던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기대에 부응하게끔 성공적으로 (영화제가) 치러지게 돼 감사한다"며 "프로그램 운영문제와 남포동의 커뮤니티 비프, 아시아필름마켓, 부산 클래식 등 새로운 섹션 등을 운영하게 됐는데 첫 시도임에도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한 "올해 강조했던 세 개의 키워드가 화합, 정상화, 재도약이었는데, 화합과 정상화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다 완벽하지는 않았고 재도약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며 "내년에 더 다듬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 예상했으나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주말 야외상영장 관객이 줄었다"라며 "19만 5081명이 찾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객이 가장 몰리는 첫 주말에 태풍이 오면서 대략 1만 명 정도 관객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아시아필름마켓에 대해서도 그는 "전반적으로 아시아 종합 콘텐츠 마켓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전이 더 많은 바이어들을 부산에 불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독립영화인들의 네트워크 행사인 '플랫폼 부산'의 경우 "아시아의 독립영화 감독들을 만족시켰고 결과도 좋았다"며 "호응도 커서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는 부산영화제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가장 많은 영화인들이 왔고, 축제 분위기가 완벽하게 회복됐다. 지역민 참여도 심도 있게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비프 성공, 마켓은 더딘 성장 올해 눈에 띄는 점은 '커뮤니티 BIFF'의 성공이었다. 시민과 관객들이 참여해 직접 만들어가는 영화제를 표방한 '커뮤니티 비프'의 경우 높은 관심과 열기 속에 참석자들의 만족감이 상당히 컸다. 부산영화제가 원도심 도시재생 역할을 담당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도시재생전문가인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래머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모두 37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영화는 64편이 상영됐다. 참여한 관객 수는 6634명으로 집계됐다. 이용관 이사장은 "재도약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됐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쯤까지 가 봐야 지속가능성 확대 가능성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준비기간이 부족했어도 잘 치르고 호응을 얻었다. (이후) 예산 뒷받침을 활발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포동에 영화를 상영하는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양준 집행위원장도 "커뮤니티 비프의 경우 예매율이 80% 이상인 것도 있었고, 서부산권에서 영화제 행사가 치러지길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도 읽을 수 있었다"며 "현재의 관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필름마켓은 전년대비 참가업체가 20% 이상 늘고 미팅이 100건 이상 증가해 역대 미팅 건수 기록을 경신했으나 더딘 성장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용관 이사장은 마켓이 진행 중인 7일(일요일) 오전에 전시장 주위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린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교통이 통제되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행사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아시아피름마켓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마켓의 성패는 예산 및 노하우와 인력인데, 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확보인데도 10년 전 출발한 이래로 꾸준히 감소했고, 출범 전과 비교해 현재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예산 결정 과정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발전방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전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시작 전부터 효율적인 부산영화제작 활성화를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과 논의 중"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용관 이사장도 "조만간에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면서 "중앙정부와 부산시 등 지자체 움직임도 활발해 토털마켓으로 전환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커런츠 수상작 외 8편 모두가 특별 언급 이날 결산 기자회견에선 올해 주요 수상작들도 발표됐다. 부산영화제를 대표하는 뉴커런츠 상은 중국 추이시웨이 감독의 <폭설>과 권만기 감독의 <호흡>이 각각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폭설>에 대해 "놀라운 완성도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뷔작으로 다차원적인 등장인물과 스릴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통해 숙달된 장르영화 연출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호흡>에 대해선 "디테일한 인물 설정과 완벽한 컨트롤, 능숙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은 독창적이고 놀라우며 심오한 정서를 표현한 이 작품에 깊이 빠져들 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홍준 심사위원장은 10개 작품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올해 부산영화제의 지향점과 완성도 및 예술성을 고려했다"면서 "부산영화제가 존중하는 역동성과 다양성이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두 편의 영화"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별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영화의 국적이나 성별에 있어서 차이, 그 나라 역사의 특수성을 마주하는 영화 및 장르영화의 공식이나 대중성과 작가주의에 충실한 전통적인 영화, 실험적인 추구 등이 보였다"며 "모든 영화들이 뉴커런츠 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봤다. 나머지 8편의 영화가 모두 특별언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다큐멘터리 대상인 비프 메세나 상은 박경근 감독이 <군대>와 제임스 홍 감독의 <기억과 망각>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군 문제와 관련된 다채로운 관점을 다루는데 있 사회에 뿌리 박힌 폭력을 본질을 드러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동시에 유창하면서도 미묘함을 잃지 않은 편집으로 영화적인 효과를 더욱 극대화 했다"고 <군대>를 평가했다. <기억과 망각>에 대해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소재에 집중하는 헌신을 높이 사고 싶다"면서 "역사라는 주제의 중요성을 볼 때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밝혀낸 깊은 통찰력과 인간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정치적 문제를 다룬 대담함과 동시에 우아한 접근법을 보여줬다며 특별언급했다. 이혁상 감독은 경쟁에 오른 한국 다큐 6편에 대해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개인적 이슈까지 아울렀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나 다른 심사위원들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프메세나상 심사위원인 중국의 자오 리앙 감독은 "편수도 많았고 굉장히 많은 정치와 사회를 담아내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심사를 통해 동남아의 영상수업을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기> 4관왕, 한국영화아카데미도 4개 부문 수상 올해 수상작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옥섭 감독의 <메기>였다. <메기>는 올해의 배우상을 비롯해 시민평론가상, CGV아트하우스상, KBS 독립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메기>는 코믹하면서도 줄거리를 쉽게 요약할 수 없을 만큼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이주영, 구교환 배우 외에 문소리, 명계남, 권해효, 김꽃비 등 카메오 군단도 화려하다. 이옥섭 감독은 전날인 12일 비전의 밤을 통해 시민평론가상, CGV아트하우스상, KBS 독립영화상 등을 수상하면서 "부산영화제에서 상받을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출연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활약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올해 부산으로 이전한 아카데미는 권만기 감독이 <호흡>으로 뉴커런츠 상과 KTH상을 받아 2관왕이 됐고, 안주영 감독의 <보희와 녹양>도 KTH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한가람 감독의 <아워바디>는 최희서 배우가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출품작 5편 중 경쟁에 오른 3편이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지금은 학교에서 물러난 유영식 전 원장과 김태균 전 교수 등 교수진들이 지도 능력이 평가받는 대목이다. 이옥섭 감독도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최희서 배우가 수상한 올해의 배우상은 남자 배우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올해의 배우상은 심사위원을 맡은 고현정 배우와 유준상 배우가 각각 남녀 배우를 선정해 주는 상인데, 고현정 심사위원이 <메기>의 이주영 배우를, 유준상 심사위원은 남자가 아닌 <아워바디> 최희서 배우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유준상 심사위원은 "여자배우의 활약이 돋보이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선정 작품 경향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남자배우 대신 여자배우를 수상자로 결정했다"면서 "<아워바디>에서 최희서가 보여준 좋은 연기는 오랫동안 잔상을 남겼고, 인물의 변화를 몸과 마음과 표정 모든 면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후보작 모두에서 좋은 연기를 봤다"면서 "모두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고 싶다" 덧붙였다. 지난 4일 개막한 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폐막식에서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과 함께 폐막작 <엽문 외전> 상영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한다. 부산영화제 측은 2019년 영화제는 10월 3일 개막해 12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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