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공주'를 아시나요? 그룹 신화의 공식 팬클럽 신화창조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빗대 그의 팬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신화가 4년만에 돌아옴에 따라 곳곳에 흩어져 있던 '주황공주'들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마이스타>는 지난 2월 초,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10년 팬 생활'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5명의 '주황공주'를 만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분들이 요청하신 것에 따라 신상정보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짝>에서 모티브를 얻어 '여자 1호' '여자 2호' 등으로 통칭하고 성별과 나이, 직업, 팬 입문 시기, 특이사항 등을 공개합니다.

여자 1호: 30대 중반/프리랜서 대학 강사/1999년/팬페이지 운영 중
여자 2호: 20대 후반/바리스타/1998년/팬페이지 운영 중
여자 3호: 30대 중반/프리랜서 디자이너/1999년
여자 4호: 40대 초반/교사/1999년
여자 5호: 40대 초반/주부/2001년 [편집자말]
 신화가 3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4년 만에 컴백한다. 1998년 데뷔한 6인조 그룹 신화는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 변동 없이 활동했다.

신화가 3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4년 만에 컴백한다. 1998년 데뷔한 6인조 그룹 신화는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 변동 없이 활동했다. ⓒ 굿이엠지


그리스 로마신화는 몰라도, 그룹 신화라면 그들이 키우는 개 이름까지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까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서두만 들어도, 곧 랩이 이어지며 '트윙클링 오브 패러다이스(Twinkling Of Paradise)'를 외칠 것만 같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주황색.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비'를 꺼내 입은 적이 있다. 감수성 충만하던 고등학생 시절, 팬픽(팬(Fan)과 픽션(Fiction·소설)의 합성어)을 쓰며 문예창작과 진학을 심각하게 고려해봤다.

신화팬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지난 14년 '팬질'의 추억을 소환해보자. 20대부터 40대까지, 다섯 명의 여성들과 그들이 14년 동안 사랑한 여섯 남자에 대한 두 시간여 동안 수다를 떨었다. 긴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경험담은 밤을 새고 풀어 놓아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14년 동안 모은 자료, 박물관 차려도 되겠다!

빠듯한 용돈으로 참 많은 잡지를 사고(다른 그룹을 좋아하는 친구와 한 권을 사서 각자의 오빠를 나눠 가지는 방법도 있지만, 두 그룹이 한 장으로 붙어 있으면 낭패!), 신문을 스크랩했으며, TV와 라디오 방송을 녹화하고 녹음했던 지난날을 기억하는가. 그 꼼꼼한 기록정신과 정성을 계속 살렸다면 문헌정보학계의 국보급 인재가 되고도 남았으리라.

 1998년 1집 수록곡 '천일유혼'으로 활동할 당시 신화의 풋풋한 모습

1998년 1집 수록곡 '천일유혼'으로 활동할 당시 신화의 풋풋한 모습 ⓒ SM엔터테인먼트


- 신화가 활동을 오래한 만큼 팬들이 갖고 있는 사진, 비디오 등 자료도 방대하겠어요.
"2기 때부터 (신화창조 응원용) 우비가 다 다른데, 다 갖고 있어요. 신화 나온 잡지며, 신문 스크랩한 것도 집에 다 있더라고요." (여자 1호)
"침대 밑에 매트리스처럼 쌓여 있어요. 지금은 컴퓨터 자료가 많지만 옛날에는 종이 수집하는 재미가 있었죠." (여자 2호)
"콘서트를 날짜별로 녹음한 게 쫙 있더라고요. 음성 파일에 몇 월 몇 일 녹음한 거라고 표시해 놓고." (여자 3호)
"예전에 멤버들이 라디오에 게스트로 나오면 동생의 학습지 테이프 훔쳐 와서 녹음하곤 했죠." (여자 1호)
"근데 그것도 녹음 되는 테이프가 있고, 안 되는 게 있어." (여자 2호)
"요즘 팬들 부러운 게, 우리 때하고 비디오 파일의 질이 달라요. 우리 때는 대부분 리얼 미디어(RM) 파일이었는데, 질이 안 좋아서 신혜성이 좀 뛰다 말아.(웃음)" (여자 1호)

- 예전에는 팬들이 직찍사(직접 찍은 사진)를 팔곤 했잖아요. 멤버들이 찍힌 정도에 따라 가격대가 달랐던 것 같아요. 얼굴이 콩알만 하게 나온 건 200원, 뭐 그렇게.
"이제는 직찍사(직접 찍은 사진)도 고화질이 많으니까. 팬들이 기자들보다 더 성능이 좋은 카메라 갖고 다니잖아요. 팬덤도 진화하니까 우리도 늘 공부하고 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자 5호)
"요즘 현장에서 똑딱이 카메라는 창피해서 못 꺼낸대요." (여자 1호)
"얼마 전에 카메라 사러 갔는데, 마침 어떤 팬들도 신화 컴백에 맞춰서 신형 카메라를 사러 왔더라고요." (여자 2호)
"기자들은 현장 사진을 빨리 빨리 올리는데, 팬들은 그보다 조금 늦지만 보정까지 세심하게 해서 올려요." (여자 5호)

"숙소 못가는 팬들은 신화투어라도"

 2001년 4집 <헤이 컴온(Hey Come On)>으로 활동할 당시 신화의 막내 앤디가 개인 사정상 빠졌다. 앤디는 그해 10월 팬미팅에서 컴백했다.

2001년 4집 <헤이 컴온(Hey Come On)>으로 활동할 당시 신화의 막내 앤디가 개인 사정상 빠졌다. 앤디는 그해 10월 팬미팅에서 컴백했다. ⓒ SM엔터테인먼트


- 멤버들 숙소 앞에도 많이들 갔잖아요. 일일이 따라다니기 어려운 팬들은 다른 팬들이 올린 숙소 후기를 보면서 방송이 아닌 곳에서 멤버들의 성향 같은 걸 알 수 있었어요. 특히 김동완 같은 경우, 팬들한테 엄격했다고 들었는데.
"저는 사실 중학교 때부터 신화 숙소를 다녔어요. 고등학교 때 잠깐 발길이 뜸했다가 대학교 때 다시 신화를 따라다녔죠. 동완 오빠는 팬들한테 차비 쥐어준 일화가 많아요." (여자 2호)
"숙소 앞에 진치고 있다가 순한 멤버 오면 구경하고, 김동완이 나타나면 다 도망갔어요. 김동완은 창문 밖으로 왜 집에 안 가냐고 팬들한테 호통 치고." (여자 1호)
"한 번은 뚫어뻥도 던졌다던데." (여자 4호)
"그래서 다들 그거 가져가려고 했지." (여자 1호)
"저 같은 경우는 콘서트 말고는 가 본적이 없어요. 우리처럼 못 따라 다니는 팬들은 신화투어라고 성지 순례를 했어요. 교촌치킨 신화점에 간다던가." (여자 4호)

- 뭐 이를 테면, 신혜성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돈까스집을 간다던가.
"스타 돈까!" (일동)
"솔직히 음식이 그다지 맛은 없었어요." (여자 1호)
"돈까스집 치고는 좀 음침했지." (여자 2호)
"거기서 팬클럽 정모를 많이 했어요. 근데 이름을 왜 스타 돈까라고 하셨을까. 2004년까지는 몇 일에 뭐 했는지 팬 생활을 다 기억했는데, 이제는 사진을 봐도 이게 언제였더라? 가물가물해요." (여자 1호)

"전진 다쳤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2008년 발매된 신화 9집 앨범 사진. 1998년 데뷔 당시 1집 앨범 사진과 비슷한 구도이나,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 때다.

2008년 발매된 신화 9집 앨범 사진. 1998년 데뷔 당시 1집 앨범 사진과 비슷한 구도이나, 그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 때다. ⓒ 굿이엠지


-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유난히 신화 멤버들은 부상이 많았죠.
"SBS <좋은 친구들> 녹화 중에 전진이 다쳤을 때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여자 1호)
"죽을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 하라는 얘기를 들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그때 그 방송 그냥 내보냈죠. 아무 일도 없었던 냥. 녹화할 때 세트를 보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근데 몇 번씩이나 덤블링을 시켰어요. 힘이 빠질 때로 빠진 상태여서 다친 거죠. 그때 팬들 울고불고 난리 났어요. 그 다음부터 전진이 뛰면 걱정되더라고요." (여자 3호)
"팬이 아니면 옛날에 부상당한 것까지 기억할 수 없어요. 근데 사람들이 쟤는 춤추고 다 하는데 왜 공익근무요원 가냐고 하면 너무 속상해요." (여자 2호)
"멤버들이 몸을 안 사리니까 사고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여자 5호)

- 혹시 오빠들도 이제 늙었다고 느낄 때 있어요?
"아직 똑같아요. 멤버들끼리 놀 때는 더 똑같고. 근데 TV에서 90년대생 아이돌을 보면 놀라요. 오빠들이 늙었다기보다, 신화가 정말 고참이구나." (여자 1호)
"신화 콘서트 가면 팬들끼리 서로 놀라요. 어린 애들은 어른보고 놀라고, 어른은 애들보고 놀라고." (여자 5호)
"오빠들이 나이가 있으니까, 이번 콘서트의 왕(王)자 무대를 뛰어다닐 일이 걱정되기는 해요. 그러다가 둘째 날 다 발라드로 편곡하는 거 아니냐고 팬들끼리 우스갯소리 해요." (여자 1호)

=오마이스타 주말판 특집=신화 그들이 온다=

[신화 특집①]빅뱅 로테이션 원조, 신화는 '팬심 장난' 안 했다
[신화 특집②]그들의 열 번째 귀환 "고심 끝 타이틀곡 선정"
[신화 특집③]1998년 데뷔! 사진 한 장으로 정리한 신화 14년
[신화 특집④]틴탑, 스텔라 특별조언 "신화 선배님들, 뿌잉뿌잉은 필수"
[신화 특집⑤]스타일 컨셉트 "심플하면서도 럭셔리하게"
[신화 특집⑥](신화에 관한 아주 특별한 수다-1)"신화, 디너쇼까지 할 수 있을 겁니다"
[신화 특집⑦](신화에 관한 아주 특별한 수다-2)오빠가 던진 뚫어뻥도 갖고 싶었던 '팬질' 추억

[신화 특집⑧](신화에 관한 아주 특별한 수다-3) "해체한 적 없는 신화, 왜 재결합?"
[신화 특집⑨]이 세상에서 '신화'를 가장 사랑하는 여러분은?

신화 신화창조 팬질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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