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의 투수 박찬호가 지난 달 30일(이하 한국 시각) 오클랜드전,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 잇따라 대타로 나서 화제가 됐다.

박찬호는 시즌 6승째(4패)를 거둔 7일 필라델피아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31타수 10안타(타율 0.323)로 여전히 3할대의 수준급 타격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격성적은 395타수 73안타(타율 0.185)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거둔 타격 성적이니 결코 만만하게 볼 내용이 아니다.

▲ LA 다저스 시절 타격하는 박찬호
ⓒ LA 다저스
박찬호는 LA 다저스 시절인 2000년 시즌 개인 최다인 안타 15개(70타수, 타율 0.214)를 때렸다. 그해 기록한 15안타 가운데는 홈런이 2개, 2루타가 4개나 포함돼 있다.

박찬호가 3할대 타율을 마크하고 대타까지 나서면서 투수의 타격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예전의 우수 투수들은 대부분 뛰어난 타격 실력을 보였다. 고인이 된 임신근 전 쌍방울 코치는 1960년대말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경북고의 '제1기 전성시대'를 열었다. 기둥투수면서도 조창수, 강문길 등과 함께 중심타자로 뛰었다.

1970년대 실업야구 시절에는 한일은행, 해병대의 주력 투수와 중심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이 무렵 실업야구 각종 기록을 살펴보면 임신근은 투수쪽에서도 타격쪽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프로시대에 앞선 1970년대 실업야구 각 구단의 주력 투수들은 타석에 나서 심심찮게 장타를 날리는 등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지명타자제가 도입된 국내프로야구에서도 투수들이 이따금 타석에 들어서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그러나 이때는 타격실력보다는 헬멧을 쓴 어색한 장면, 우스꽝스런 헛스윙 등이 팬들의 눈요깃거리였다.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이 프로원년 3할대 타율(318타수 97안타 타율 0.305)과 10승대(10승5패1세이브) 승수를 기록한 것은 투수의 타격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다.

김성한의 활약은 그해 6월 12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전기리그 6차전에 선발 투수 겸 6번 타자로 출장해 9이닝동안 5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2-0 완봉승을 거두는 가운데 3타수 1안타(2루타)를 기록하는 식이었다.

투수의 타격은 팬들에게 색다른 맛을 줄 수 있다.

미국, 일본과 달리 단일리그인 한국 프로야구는 특정 제도를 도입하면 일괄적으로 통용되는 문제가 있다. 지명타자제가 대표적이다.

야구팬들 가운데에는 투수도 타격을 하는 '정통 야구'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리그인 국내프로야구에서는 그 같은 희망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월드컵과 장맛비의 영향으로 6월 한 달 경기당 평균 관중이 4890명에 그쳤다. 월드컵 영향이 아니더라도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6일 현재 6388명에 머무르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경기당 평균 관중은 5995명이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프로야구의 흥행은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팬들에게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주고 프로야구 흥행을 한 단계 끌어 올릴 묘책은 없을까.

페넌트레이스에서 일정 기간 투수도 타석에 서게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올스타전이 끝난 뒤 팀당 10게임을 치를 때까지 지명타자제를 시행하지 않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투수의 타격이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프로야구 관계자의 중지를 모아 '반쪽 선수'를 낳는 지명타자제에 대한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06-07-07 14: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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