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인 영화가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어서 관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작품이 있는 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펼쳐내고도 극찬을 받는 영화가 있는 것이다. "이야 완전 영화네" 하는 흔한 감탄사는 주로 후자에 따라 붙는다. 삶 가운데 흔히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 멋진 풍광 앞에서 그러한 표현이 터져 나오곤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경험을 영화를 통해 맛보는 건 대중의 자연스런 욕구다. 내 삶이 이미 범상한데 비싼 돈과 아까운 시간을 들여 흔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 오로지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사건에 흠뻑 젖어드는 일, 아마도 영화란 매체가 사라지기 전까지 관객이 영화에 기대하는 것일 테다.
어떤 작가는 이러한 특징을 절묘하게 활용한다. 현실에선 좀처럼 시도할 수 없는 이야기를 영화 안에서 마음껏 펼쳐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대표되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 같은 것. 현실에 터를 잡고 있지만 다분히 영화적인 이야기. 말하는 이도, 보는 이도 이것이 현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즐거워지는 작품 말이다.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광 안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 죽음과 원한, 기적적 성취마저도 아무렇지 않은 무엇으로 그려내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영화 같다고 표현하고는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