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접전 끝에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접전 끝에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 일곱 번째 게임, 상대에게 두 번이나 매치 포인트 기회를 내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리는 탁구이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역전패가 눈앞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삐약이' 신유빈(20)은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테이블 건너 히라노 미우(24)의 실수를 기다려 믿기 힘든 세 포인트를 내리 따냈다. 희비가 엇갈린 순간, 거의 동시에 자기 자리에서 주저앉았다가 일어선 두 선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탁구의 희망 신유빈이 1일(한국시각) 오후 7시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8강 토너먼트에서 일본의 히라노를 1시간 20분만에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이겨 4강에 올랐다. 한국 탁구 선수가 올림픽 단식 준결승에 오른 건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테이블 밑에서 건져 올린 신유빈의 탁구공

여자단식 종목에서 4번 시드를 받은 신유빈은 8번 시드의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세 번째 게임까지 압도하며 예상보다 싱겁게 4강행을 결정할 것 같았다. 게임 스코어 '신유빈 3-0 히라노 미우'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24분이었다.

첫 게임을 4포인트만 내주고 이긴 신유빈은 두 번째 게임에서 바나나 플릭 기술로 빠르게 응수한 히라노 미우에게 연속 4포인트를 내주며 흔들렸지만 곧바로 5포인트를 따내며 흐름을 자기쪽으로 가져왔다. 7-4를 만든 신유빈의 스트로크가 반대쪽 끝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떨어지는 행운까지 따라준 것이다.

내친김에 세 번째 게임까지 11-5로 신유빈이 따내자 히라노는 유니폼 갈아입을 시간을 요청하고는 감독과 함께 벤치를 한동안 비웠다.

그렇게 유니폼을 갈아입고 돌아온 히라노는 네 번째 게임부터 여섯 번째 게임까지 내리 따내며 게임 스코어 3-3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여섯 번째 게임에서 히라노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스치며 테이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신유빈이 탁구공을 건져올리듯 살려낸 순간이 놀라웠지만 히라노는 11-9로 게임 스코어 3-3을 만들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테이블 앞에서 만난 두 선수는 이를 지켜보는 팬들 모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초박빙 흐름을 펼쳐나갔다. 

일곱 번째 게임 초반 흐름은 신유빈이 4-0으로 달아나며 압도하는 듯 보였지만 포기하지 않은 히라노 미우가 6-6까지 따라붙었고 이후 7-7, 8-8, 9-9 점수판이 나란히 이어졌으니 당사자 두 선수는 물론 모두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먼저 매치 포인트 상황(신유빈 9-10 히라노 미우)을 만든 선수가 히라노였으니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유빈은 10-11 또 하나의 매치 포인트 압박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서 나가다가 3-4로 역전패하는 것은 상상조차 싫었을 것이다.

신유빈은 두 번째 듀스 포인트(11-11)부터 매치 포인트(13-11)까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전술을 펼쳤다. 이 순간 히라노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가 네트에 걸리는 실수를 연거푸 세 번이나 했다.

4강행을 확정한 뒤 신유빈은 방송 인터뷰에서 종료 직후 흘린 눈물의 의미를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표현했다. 아쉽게 패한 히라노는 감독 옆 벤치로 돌아가 주저앉아 흐느끼며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했다.

이렇게 4강에 오른 신유빈은 2일 오후 8시 30분 금메달 후보 중국의 첸 멍과 만나게 됐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마지막 승점을 따내며 기뻐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마지막 승점을 따내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8강 결과]
(8월 1일 오후 7시, 사우스 파리 아레나4)

신유빈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 히라노 미우

주요 기록 비교

# 자기 서브 포인트 획득 
신유빈(1게임 7점, 2게임 7점, 3게임 4점, 4게임 5점, 5게임 5점, 6게임 4점, 7게임 6점)
히라노 미우(1게임 4점, 2게임 4점, 3게임 1점, 4게임 6점, 5게임 7점, 6게임 5점, 7게임 5점)

# 연속 포인트 획득
신유빈(1게임 7점, 2게임 5점, 3게임 5점, 4게임 2점, 5게임 3점, 6게임 2점, 7게임 4점)
히라노 미우(1게임 2점, 2게임 4점, 3게임 2점, 4게임 3점, 5게임 4점, 6게임 3점, 7게임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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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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