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4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월스타인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위한 Get Out the Vote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비욘세의 모습.

2016년 11월 4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월스타인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위한 Get Out the Vote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비욘세의 모습. ⓒ AP Photo/ 연합뉴스

 
비욘세의 '기습'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3년 14개의 신곡과 17개의 뮤직비디오를 담은 정규음반 < Beyonce >를 기습 발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핫샷 데뷔함은 물론 팬데믹의 고립감을 해소 시켜준 < Renaissance >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르, 하우스를 사용해 전례 없던 모습을 보여줬다. 4분의 4박자 하우스 리듬 위로 타이틀 'Break my soul'의 한 구절이 울려 퍼질 때, 그러니까 '넌 내 영혼을 부수지 못해'란 메시지가 반복될 때 전 세계 음악인은 가슴 한편에 뜨거운 감동을 새겼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또 한 차례의 '기습'을 강행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서 컨트리풍 신곡 'TEXAS HOLD'EM'을 깜짝 공개한 것이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백인, 그중에서도 남성 중심 장르로 여겨지는 컨트리를 흑인, 여성 뮤지션인 비욘세가 제대로 활용했다. 벤조, 휘파람 소리 등 컨트리의 핵심 사운드를 바탕으로 "'텍사스 홀덤(카드 게임)'을 내려두고 함께 신나게 춤을 추자" 외치는 이 곡에 차트는 즉각 반응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 데뷔와 더불어 컨트리 차트 1위란 기록으로 그는 흑인 여성 최초로 컨트리의 정상을 정복했다.  
 
< Dangerously In Love > 데스트니 차일드에서 솔로 뮤지션 비욘세로
 
지금은 솔로 가수 비욘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시작은 그룹이었다. 이름하여 데스트니 차일드. 국내에 'Bills, Bills, Bills', 'Say my name', 'Independent women, Pt. 1'과 같은 애청곡을 지닌 이들은 1990년대 말 "흑인 음악의 미래"로 일컬어질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중 리더 비욘세를 향한 관심은 유독 뜨거웠다. 비욘세는 눈에 띄었다. 어느 한 곳 빠질 데 없이 완벽한 보컬 실력, 외모 그리고 탄탄하고 각 잡힌 바디 라인까지 데스트니 차일드에서 비욘세의 위상은 비할 곳 없이 높았다.
 
때문에 그가 솔로 앨범 < Dangerously In Love >을 발매했을 때 그룹의 해체설이 나돌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팀 내에서 가장 인기 있던 그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발표한 개인 음반은 솔로 음악가로서 그의 역량을 단박에 각인했다. 17개라는 적지 않은 수록곡 제작에 직접 참여, 작품의 조타를 잡은 그는 가히 완벽한 알앤비/소울을 구사했다. 앨범 곳곳에 이제 막 20살 초입의 나이를 건넌 비욘세의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이 이상하고 매혹적인 신구의 조합이 바로 이 작품 아래에서 일렬종대한다.
 
활개치는 기강은 첫 곡 'Crazy in love'에서부터 느껴진다. 2003년도를 거친 사람 중 이 노래의 자장을 벗어난 사람은 없다. 1970년대의 소울 그룹 치 라이츠의 'Are you my woman?'을 샘플링한 이 곡은 묘한 복고풍에 파워풀한 댄스 선율을 교차한 명곡이다. 당시 연인이었던 제이 지의 참여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은 이 노래로 비욘세는 빌보드 싱글 차트 8주 연속 1위란 기록을 거머쥔다.     
 
놀라운 건 싱글 차트 정상을 밟은 곡이 또 있다는 사실이다. 자메이카 출신의 레게 아티스트 션 폴을 피처링으로 소환한 아랍풍 댄스홀 'Baby boy'는 앞선 곡보다 한 주 긴 9주간 정상에 머문다. 이외에도 도나 섬머의 디스코 고전 'Love to love you baby'를 샘플링한 야릇한 댄스곡 'Naughty girl', 명실상부 최고의 보컬 루더 밴드로스와 함께 부른 골든 발라드 'The closer I get to you', 힙합 뮤지션 미시 엘리어트와 손을 잡은 'Signs' 등 음반은 그 한 곡도 허투루 러닝 타임을 채우지 않는다.  
 
주도권을 쟁취한 아티스트로의 도움닫기

 
비욘세의 커리어에서 이 음반이 시사하는 것은 '시작'이란 단어에 뿌리내린다. 알려져 있듯 해체설을 부인하던 데스티니 차일드는 < Dangerously In Love > 발매 이후 자연스럽게 해체의 길을 걷는다. 혼자가 된 비욘세는 이후 10여 년간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다. 우선 그가 뛰어넘어야 했던 것은 아버지 매튜 노울스. 데스티니 차일드의 해체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한 그는 짧은 않은 기간 동안 비욘세를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길로 이끈 인물이다.
 
 < Dangerously In Love >를 시작으로 조금씩 음악적 주도권을 펼쳐내던 비욘세가 아버지에게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Love on top'과 'Run the world(girls)' 등의 히트 싱글이 담긴 < 4 >에 이르러서다. 그사이 샤사 피어스 등 자신만의 '음악 부캐(?)'를 만들며 부단히 길을 다지던 그는 하나씩 자신을 둘러싼 장애물을 해치우며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남편 제이 지 불륜 사실이 각종 매스컴을 오르내릴 땐 < Lemonade >으로 자신이 겪은 시련(Lemon, 레몬)을 우아하게 소재화했고,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낼 땐 'Formation'이란 곡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
 
이 음반의 가치는 그 수많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욘세를 논할 때 이 작품의 이름이 불려진다는 데 있다. 2000년대를 주름잡을 대형 아티스트의 시작을 기록한 앨범. 예나 지금이나 음악성, 예술성, 욕심을 고루 갖춘 '퀸(Queen)욘세'. 세월의 고루함이라고는 묻어나지 않는 영원히 살아있는 명반이다.
비욘세 제이지 명반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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