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음은 레밍턴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종종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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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수용했을 때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세음의 레밍턴 병 발병 가능성이 세상에 알려지고, 세음은 기자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는다. 이에 세음은 이렇게 답한다(6회).
"맞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선 레밍턴 병에 걸리셨습니다. 저 역시 그 병에 걸릴 확률이 50%고요.(...) 근데 전 아직 멀쩡합니다. 저한테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내려갈 겁니다. 그게 이슈가 될 일인가요? 전 아직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이는 세음이 자신의 상태를 개방적으로 수용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심리적 유연성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세음은 아버지를 찾아가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후련해요. 털어 놓으니까 별 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를 찾아가 "나 보고 싶어 하는 거 아는데 안 와서 미안해. 나도 엄마처럼 될까봐 무서웠어"라고 진심을 전하며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이렇게 자신을 수용하고 어머니와 마주한 세음은 레밍턴 병 검사를 받는다.
또한, 단원들에게도 좀 더 마음을 열고, 오케스트라를 떠나려 하는 단원들을 찾아가 함께 하자고 설득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향해 보다 전념한다. 이렇게 세음이 자신의 경험과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대했을 때 단원들 역시 세음을 더욱 신뢰하기 시작한다. 또한, 이 병에 대한 비밀을 무기 삼아 세음을 괴롭히려던 자들은 무기를 잃어버린다. 이런 세음의 모습은 심리적 유연성을 발휘해 진정으로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다시금 경직되는 삶
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음은 공연 도중 레밍턴 병과 유사한 증상을 경험하고 또 다시 얼어 붙는다. 힘을 잃었던 '레밍턴 병에 걸리면 끝이다'라는 마음의 독재자가 다시금 고개를 들자 세음은 두려움에 휩싸이고 레밍턴 병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서도 불구하고 이 병이 발병했다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는 단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사표를 제출하고 먼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심리적 유연성을 잃었을 때, 우리는 경직된 상태로 자신의 삶을 몰고 간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변의 사람들은 세음이 다시금 지금 여기에서의 경험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 친구 혜정(김영아)는 "빈혈이 있고 피곤하면 쓰러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단원들은 세음을 찾아와 이렇게 말해준다(10회).
"다들 멀쩡하지 않아. 내 손가락도 그렇고 어깨며 팔이며 손마디 하나하나까지 쑤시고 아프고 그렇지 뭐." (재만)
이는 레밍턴 병에 걸리면 자신은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관점이 아닌 세음의 마음속 내부독재자의 소리였음을 알아차리게 했을 것이다. 때마침 병원에서는 세음이 쓰러진 원인이 '독'에 중독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온다.
그러자 세음은 다시금 마음의 독재자의 소리에서 빠져나와 유연한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한다. 병에 걸릴 가능성에 휘둘리지 않고, 일단 지금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하며 단원들과 좋은 공연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신과 주변인들을 위협하는 루나(황보름별)를 찾기 위해 경찰과 협력도 하고 말이다. 또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하는 것으로 그러니까 음악에 전념하는 것으로 루나를 불러내 위험한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이는 세음이 아무것도 회피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음의 마음이 다시 경직되었을 때 단원들은 세음을 찾아와 세음의 마음을 다시 열어준다. tvN
드라마 중반쯤에는 세음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세음을 지칭할 때 사용했던 말이 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까. 세음의 마음에 비추어 본다면 이는 고통을 포함한 모든 경험에 수용적으로 열려 있을 때, 그러니까 '심리적 유연성'을 가질 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세음은 심리적 유연성의 확보가 건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삶의 위기에 대응하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잘 보여주었다.
마음이 지어낸 공포와 두려움, 경직된 생각에 사로잡혀 삶을 회피하고 싶어질 때, <마에스트라>의 세음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그래서 고통을 피하지 않고 개방적인 마음으로 삶을 대할 수 있게 되기를, 세음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삶을 조율해갈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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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