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은 첫 제자 준호와 함께 기적을 만들어 낸다.
JTBC
그렇게 혜진은 최선국어의 제안을 거절하고, 시우를 가르쳐보기로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 진짜 좋은 결정했다 그랬어. 기분이 막 째졌어. 나 아주 오랜만에 내가 꽤 마음에 들어." (7회)
이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할 때 보다 생기있어지고 '나다운' 느낌을 갖게 된다. 혜진은 마음의 혼란을 외면하지 않았고, 이를 잘 들여다보면서 가치를 선택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에 보다 '마음에 드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교육에서도 가치를 추구한다면
나는 혜진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의 한국 교육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한, 그것도 돈을 잘 벌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가 진짜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학부모들 역시, 뭔가 잘못된 것이란 걸 알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들로 아이들을 등 떠밀고 있는 것일 테다. 학교의 교사들도, 학원의 강사들도 지금의 교육이 진짜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것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누구도 혜진처럼 그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자신의 진짜 가치를 따르는 일은 무척 두려운 일일 것이다. 혜진이 자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때 두통에 시달리며 무서워했듯이 말이다. 또한, 어렵게 용기를 내더라도 현실은 이를 호의적으로 바라봐주지 않기도 한다. 자신의 가치를 따르기로 결심한 혜진은 10회 형선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교육자이자 장사치. 그 괴리감을 서혜진 선생처럼 깔끔하게 외면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죠."
어쩌면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이런 비아냥을 참아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교사로서 굳은 신념을 지녔던 상섭(김송일)이 학원강사의 길을 걷게 되는 것 역시 본질적 가치를 따르고자 하는 마음을 현실이 내버려 두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진짜 현실에도 이런 장애물은 무수히 많다. 소수의 전문직이 아니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힘든 사회구조, 성적과 직업으로 줄 세워지는 사회 분위기, 다양한 재능이 평등하게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 등. 본질적인 가치를 따르는 일은 이런 현실과 맞서 싸워야 할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테다.
그럼에도 나는 혜진이 자신의 가치를 선택한 후 '기분이 째진다'며 활짝 웃던 그 표정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드는' 그런 순간을 위해 용기를 내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 지금의 교육 현실도 서서히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혜진은 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실천하기로 결정하고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한다. JTBC
드라마의 9회. 혜진의 후배 청미(소주연)는 혜진에게 "왜 시우가 점수랑 상관없었는데도 선생님들 강의를 좋아했는지 궁금하다"고 묻는다. 이에 혜진은 이렇게 답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정말 상관이 없는 게 맞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드라마 <졸업>이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실천하는 일이 점수와 상관없지 않음을, 아니 점수와 상관없는 공부 자체로서 공부도 의미 있음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드라마 속 혜진과 같은 용기 있는 마음들이 모여서 기형적인 한국의 교육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이라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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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