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웰컴투 삼달리>의 한 장면.
JTBC
성공한 사진작가 삼달은 함께 일하던 후배 어시스트 은주(조윤서)의 모함으로 졸지에 '갑질로 사람을 죽일 뻔한' 포토그래퍼가 된다. 10년 넘게 함께 일해온 유명인들과 동료들은 그를 모른 척하고, 오랜 시간 준비한 전시회도 무산된다. 언니 진달(신동미), 동생 해달(강미나)과 함께 사는 서울의 집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갈 곳이 없어진 삼달과 자매들은 어쩔 수 없이 제주도 부모님의 집으로 피신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오랜만에 집에 세 딸이 왔는데도 이들의 부모는 반가워하지 않는다. 아버지 판식(서현철)은 찬찬히 딸들의 마음을 살피려 하지만, 엄마 미자(김미경)는 퉁명스럽기만 하다. 세 자매는 판식에겐 자신들의 사정을 털어놓지만 엄마에겐 비밀로 하며 눈치를 살피며 지낸다.
미자는 딸들의 사정이 궁금하지만, 딸들에게 직접 묻지 않는다. 혼자 추측하며 답답해하거나, 이웃의 수근덕거림으로만 딸들에게 일어난 일을 짐작하며 속을 끓인다. 그리고 마침내 삼달이 겪은 일들을 알게 된 후에도 삼달을 위로하기보다는 내복 바람으로 동네를 뛰어다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가서 따지지 않냐"며 화를 낼 뿐이다.
나는 이런 미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인생에서 힘들 때 딸들이 집을 찾는다면, 세 딸이 한꺼번에 왔을 때 무슨 일인지 물어보며 위로하고 힘이 되어 줘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도대체 왜 미자는 그러지 못했던 걸까. 그 이유는 3회 판식과의 대화에서 잘 나타난다. 잠 못 이루는 미자에게 판식이 왜 직접 묻지 않냐고 묻자 미자는 이렇게 답한다.
"무서워서 못 물어봤어."
바로 이거다.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진짜 마음'을 잊곤 한다. 미자는 딸들의 행복을 몹시 바라기 때문에 딸에게 일어난 불행을 아는 것조차 두려웠을 것이다. 또한, 그 마음엔 자신의 기대와 욕망이 투영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커진 두려움은 누구보다 딸을 위로해주고 싶고 잘 되길 바라는 '진짜 마음'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게 막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감정에 매몰되거나 욕망을 투사할 때 적절하게 누군가를 위로해주지 못한다. 가까운 이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부적절한 감정들이 든다면 그 감정의 이유를 잘 성찰해봐야 한다. 그리고 감정 뒤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미자가 두려움보다 '진짜 마음'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삼달이 조금 더 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눈치 보거나 애써 모르는 척하는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