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마스크걸>의 한 장면.
넷플릭스
지난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남자를 죽이는 여자들'이란 강력한 테마와 이를 뒷받침하는 '혐오스러운 김모미의 일생'과 같은 서사를 야심차게 믹스시킨 시리즈다. 외모지상주의란 표면적인 주제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혐오스러운 김모미의 일생'으로 나아가는데, 그 세계는 남자들을 죽이거나 남자들이 죽어야만 '김모미의 '변태(變態)'가 가능하다.
강간의 위험에 처했던 '첫번째' 김모미는 주오남을 죽이면서 변태가 가능했고, 그 직전 성형을 감행한 '두 번째' 김모미(나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연대가 뭔지 알게 해줬던 김춘애(한재이)의 남자 친구를 함께 죽이고, 그 이후 주오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이후 자신의 선택에 의해 '엄마'가 된다.
표현이 세기로 유명한 동명 웹툰을 시리즈화한 <마스크걸>의 진짜 묘미는 이 '변태'하는 김모미가 겪게 되는 굴곡진 세계에 남자들이 철저히 배제되거나 제거해야 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설정이다. 김모미의 세계는 아버지가 부재하고, 남자들은 억압하거나 강간하거나 섹스어필의 대상일 뿐이며, 처절하게 경쟁을 하더라도 여성들끼리 맞붙는 그런 세계다.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김모미는 성형도 하고, 남자도 죽이고, 아이도 낳는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는 자신도 몰랐던 모성애를 지니고 있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자각하고, 자식을 위협하는 주오남의 엄마 김강자(엄혜란)에 맞선다. <마스크걸>의 가장 탁월한 선택이자 강점이 바로 김강자의 존재와 활약이다.
주오남을 죽인 범인으로 김모미를 지목한 김강자는 '새끼가 없어지는 감정'을 '너도 느껴봐야 한다'는 심정으로 전국 방방곡곡 '마스크걸'을 찾아 헤맨 끝에 김모미를 찾아내고, 급기야 후반부 김모미의 딸 김미모에게까지 손을 뻗는다. 여자대 여자의 싸움이 모성과 모성의 전쟁으로 끝을 맺는 전개야 말로 '남자를 죽이는 혐오스러운 김모미의 일생'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스크걸>은 자칫 드라마 전체가 일종의 '캐리커처'화될 수 여지가 적지 않았다. 첫 번째 김모미와 주오남의 시점을 뒤섞은 1, 2화나 이후 김춘애와 김미모 등 주변 캐릭터의 설명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4,5화 등 캐릭터 시점 별로 화자를 바꾸는 실험적인 형식은 김미모나 주변 캐릭터들의 특징점들만 강조하는데 용이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메인 빌런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김강자의 캐릭터 구축이나 개별 서사는 <마스크걸>을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동시에 현실에서 있을 법한 전라도 출신 억척스러운 모친이 어떻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연쇄 살인마를 연상시키는 장르적인 괴물로 변모하는 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더 글로리>에 이은 엄혜란의 괴물 같은 연기가 그 감정 이입에 한 몫 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그 괴물과 또 다른 괴물의 싸움이 김모미의 딸 김미모를 사이에 둔 모성애의 전쟁으로 진화한 것은 과잉이 아닌 확장이요, 필연적인 전개인 듯 보인다. 외모지상주의란 표면적인 주제로 한정되지 않는 작품으로 거듭나는 것도 그런 후반부 전개의 보편성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글로벌 인기가 실감나는 완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