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스틸컷
ufotable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일어서는 이유
<귀멸의 칼날>은 사람을 해하려는 혈귀와, 이들을 제거하려는 귀살대의 싸움이다. 사람을 해하려는 자와 위하려는 자의 대결이자, 해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승부다. 상처가 나도 금세 회복되는 혈귀를 상하면 상하는 대로 견뎌야 하는 인간이 상대하는 싸움이다. 수명이 없는 이들을 길어야 수십 년을 사는 인간이 맞서야 하는 일이다. 언제나 열세에서 이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견뎌낸다. 그러나 <무한열차편>은 이 커다란 이야기의 지극히 일부이기에 온전한 승리로 마감되지 못한다. 커다란 것을 잃고 그로부터 주인공이 다시금 성장하는 계기를 맞이하는 것이 시리즈 가운데 이 영화가 차지하는 역할이 되겠다.
의미심장한 건 이 영화가 만화와 애니메이션, 나아가 시청자를 대면하는 콘텐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 있다. 제가 옳다고 믿는 대로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 가운데, 주변을 감동시키는 이를 보여주고, 그가 제 삶을 통하여 다른 이를 이끄는 모습을 비추어내는 것이다. 그로부터 영화는 그저 허울뿐인 구호로 여겨졌던 가치를, 이를테면 정의니 배려니, 용기와 같은 것이 왜 의미가 있는지를 일깨우려 한다. 때로 어떤 가치는 그 가치를 믿는 이들의 수만큼 힘을 발휘하는 법임을, 그로부터 온갖 몹쓸 것으로 가득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음을 목놓아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저 애들 만화일 뿐인 것처럼 보이는 이 영화로부터 정말 커다란 것이 바뀌는 경험을 누군가는 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