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앨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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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은 그 이전과는 결을 달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변모했다. 경제 발전, 세계화 등 비 음악적인 요인들이 이 변화의 원동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새로운 물결을 최전선에서 이끈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젠 'K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댄스 음악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완선은 지금의 산업 양태를 가능하게 만든 걸출한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1990년 발매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로 한국 댄스 음악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장식했다. 댄스 음악이 흔치 않았던 시기였으나 그는 이 앨범에서만 가요 차트 정상에 세 곡을 올렸고,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단일 앨범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음반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사운드는 역시 댄스를 불러일으키는 신나는 비트다. 뉴 잭 스윙 스타일을 변용한 '가장무도회'와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는 당시 가요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지금의 기준에서 보자면 이 두 곡은 2010년대가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오랜 기간 유행했던 형식의 원형이다. 미국 스타일의 비트와 동양적인 멜로디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 묘한 사운드는 한국이 세계화의 세례를 맞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김완선의 계보 잇는 후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