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캔들>의 엄마들에겐 학원수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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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드라마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타스캔들> 속 세상엔 '아버지'가 부재한다. 아이의 교육을 책임지는 이는 모두 엄마들이고, 엄마들은 아이의 학업적 성취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이는 여성의 삶을 엄마 역할에 그것도 자녀의 출세에 가두는 유교적 가부장 문화의 잔재라 할 수 있다.
또한, 오직 '의대'만이 살길인 대한민국의 현실도 잘 드러나 있다. 드라마에서 '올케어' 반은 의대 입시를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 올케어반에 들어간 아이들이 의대를 가고 싶어하는지는 드라마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해이조차 자신이 의대를 원하는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올케어반에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한다. 이는 다양한 직업이 존중받지 못하는, 그러니까 위계적 직업관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공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파국적 사고를 확장시킨다. 그리고 이는 치열이 말하듯 모든 부모와 아이들을 "데스게임"(5회)속으로 끌어들인다. '데스게임'은 당연히도 불안을 조장한다. 불안은 강박을 키우고 결국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불안해도 괜찮은' 사회
그렇다면 이런 강박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단지 '공부를 잘해 의대에 가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왜 공부에 집착하는지'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불안은 무언가를 잘 알지 못하고, 모호할 때 더욱 커진다. 내 마음의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불안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와 선을 긋는 용기도 내어 보아야 한다.
'불안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상담자들은 불안으로 인한 강박으로 상담실을 찾은 이들에겐 '불안해도 괜찮다'는 것을 느끼도록 돕는 개입을 한다. 사실 불안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서이다. 불안을 느낄 수 있기에 우리는 위협을 지각하고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불안 자체는 터부시할 감정이 아닌 것이다. '불안한 상태'를 불안해하지 않을 때 우리는 불안 속에서도 살아갈 힘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불안에 압도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러니까 불안해도 괜찮은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조금 불안한 미래를 꿈꾸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의대처럼 미래가 보장되는 곳에 진학하지 않고, 진짜 내 꿈을 위한 불안을 선택한다면 '도무지 괜찮지 않을 것'처럼 몰고 간다. 보다 다양한 꿈과 진로가 존중받고, 이를 찾아가는 동안 느껴지는 불안들을 사회가 '괜찮다'고 수용해준다면, 의대 진학을 위해 공부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