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지옥>의 시점은 현재이지만 전근대적인 세상을 다룬다. 그것은 신(神)의 개입과 심판이 엄연한 중세적 세상이다. 그렇다고 <지옥>이 신의 이야기인 것은 아니다. 신의 개입과 심판은 병풍처럼 깔리고,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세속성을 그린다. 혹은 근대성의 기치를 내건 현대 사회의 전근대성을 포착하여 우화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웹툰으로 먼저 만들어져서인지 웹드라마를 보는 내내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만화적 설정, 만화적 캐릭터가 영화를 지배했다.
<지옥>에서는 외형상 선과 악의 이분법이 분명하게 작동하지만 명목과 실재가 일치하는 건 아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또는 제 꼬리를 무는 뱀처럼 이분법의 세계는 물고 물린다. 그럼에도 만화적이고 신파적 감성을 통해 종국에 인간승리를 말한다는 점에서 대중의 기호에 편승한 단선적 세계관이 표명된다. 과장과 생략, 황당한 세계상과 과감한 비약을 특징으로 한 만화적 구성을 기본으로 이러한 비대칭이 표명된 게 아마 인기의 비결이지 싶다.
역전된 고지
<지옥>은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 신적인 섭리 또는 기독교 세계관이 기능하는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고지'는 <지옥>에서 중요한 오브제이다. 고지(告知)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고지는 '수태고지'의 고지이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잉태를 알려주는 복음서의 가장 은혜로운 장면의 하나이다.
<지옥>에서 고지는 전복된다. 성스러운 존재의 잉태를 알려주는 복음이 아니라, 죄인의 지옥행 즉 현생의 멸절을 통보하는 최고 심급 저주이다. 고지를 받는 이 또한 판이하다. 수태고지에서 고지받는 이는 하나님의 어머니(Theotokus)인 마리아이지만, <지옥>에서는 인간 중에서 '죄인'이 고지를 받는다. 죄인이 진짜 죄를 지었는지는 극중에서 논란이 되며 <지옥> 시즌1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