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MC 김국진-김구라-윤종신-차태현이 600회를 기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라스'하면 네 MC 김국진-윤종신-김구라-차태현의 케미스트리가 매력 포인트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MC가 많은 편인데, 그들은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웬만큼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베테랑들이다. 한 PD는 "요즘 편집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자, 저 텐션을 방송으로 그대로 보여주자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대본은 간단한데 네 명의 MC들이 마치 역할극을 하듯 각자 포인트를 잡아 풍성하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 한 PD는 "그게 12년을 같이한 합이 아닐까"라며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라스'는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토크쇼가 아닌데도 의외로 깊은 고민을 토로하는 게스트가 많이 있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한 PD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MC들도 되게 성숙해지셨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사람이 진짜 고민인 건지, 재밌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말인지 MC분들은 다 안다. 진짜 이 사람의 상처라면 아파하는 포인트를 막 찌르지 않는다. 그걸 무리하게 희화화시킬 필요가 없다. 그것 말고도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대답에서 '라스'가 고민하는 지점이 거듭 선명하게 보였다. 12년 전부터 그랬듯 '라스'는 '라스'답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독설도 하고 게스트를 짓궂게 놀리기도 하지만, 그 선을 어떻게 성숙하고 노련하게 잘 탈 것이냐는 매번 가지고 가는 숙제였다.
MC들이 가볍게 던지는 한 마디가 게스트의 고민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럴 수 있는 배경에 대해 한 PD는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라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댓글 같은 걸 보면 '김구라는 맨날 이혼, 공황이야기만 한다' 그러시는 분들도 계신데 실제로 김구라씨는 '나 생각보다 마음이 힘들고 나 이렇게 아파, 너도 아프니?' 하고 다가가는 솔직한 분"이라며 "그래서 게스트분들도 자기의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MC들은 어떨까. 한 PD는 "김국진씨는 정말 믿고 가는 맏형"이라며 "게스트 네 명 중에 누구 한 명에 꽂혀서 말하지 않고 골고루 챙겨 주시니까 안정적으로 믿고 가는 분"이라고 했다. 이어 윤종신에 대해선 "공감형 토커"라고 표현하며 "게스트의 이야기를 풀어서 해석하는 것이 김구라씨 스타일이면, 윤종신씨는 '너는 그렇구나'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차태현에 대해선 "정말 신기한 게, 게스트들이 차태현씨를 보고 이야기한다"며 "예능에 많이 안 나와 봐서 불안해 하는 게스트들이 차태현씨를 보고 안정감을 얻더라. 리액션을 워낙 잘해 주신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느라 대본을 잘 안 볼 정도로 대화에 몰입하고, 숙제를 하듯 게스트 공부도 많이 해 오신다"고 말했다.
녹화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복불복", "랜덤"이라고 표현한 한 PD는 게스트와 MC의 합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게스트가 아무리 재미있고 웃긴 사람이라도 네 MC와 합이 잘 안 맞으면 재미가 안 터진다.
월드컵 스타 섭외 비하인드
▲한영롱PDMBC <라디오스타> 한영롱PD.
MBC예능연구소
게스트 섭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매주 게스트가 초대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섭외를 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 물었다. 한 PD는 곧장 "시의성"이라고 답했다. '라스'는 미리 녹화를 해서 쌓아두는 게 아니라 방송 일주일 전에 바로 녹화를 하는데, 이것도 시의성 때문이다. 한 PD는 "무언가가 화제가 됐어도 시의성이란 게 일주일이면 사라져서 이것이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라스'를 찾은 게스트들을 돌아보면 단연 월드컵 스타들이 돋보였다. 조현우, 김영권, 이용, 이승우 선수가 월드컵 직후 게스트로 출연해서 높은 시청률을 보였는데, 그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독일전이 끝난 게 밤 12시 30분이었는데 새벽 1시에 제작진이 바로 현지로 전화를 했고 섭외에 성공한 것이다. 선수들이 한국에 오자마자 다음날 만나서 사전 인터뷰를 하고 그 주에 바로 녹화를 떴다.
"원래는 3~4주 걸릴 과정을 대본 쓰는 것까지 5일 만에 했다.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선수분들이 이야기도 잘 하시고 매력적이었다. 그런 시의성 있는 특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토크쇼가 아니라 '캐릭터쇼'
'라스'가 다른 토크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한 PD는 "라스는 토크쇼의 모양새는 하고 있지만 토크쇼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의 캐릭터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스트의 인생 이야기를 쭉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매력'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대본을 쓸 때도 에피소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재미있는 포인트를 잡아서 쓴다. 제작진 중에는 모니터를 하는 스태프가 따로 있는데, 게스트가 정해지면 그 사람의 데뷔 이후 방송들과 자료들을 싹 다 찾아서 모니터 한다. 다른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를 빼기 위해서다. 이것이 라스가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었다.
한 PD에게 '라스'의 장수비결, 인기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라스는 보장된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답하며 "기복이 많이 없는, 믿고 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미친 듯이 재밌는 회차는 있어도, 어느 회차가 미친 듯이 재미없네? 하는 건 없다"고 답했다.
▲라디오스타(왼쪽부터) 김구라-김국진-윤종신-차태현.MBC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한 PD는 "이 이야기는 '라스'에서 할 수 있겠다, 다른 프로그램 말고 '라스'에서만 편하게 말할 수 있겠다 하는 이미지가 생기면 고마울 것 같다"며 "익숙한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틀어놓고 보면 (반드시) 재미있는 그런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라스' 피디로 산다는 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좋다.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보다 깊게 알 수 있어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연예인들이 다 기가 셀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연약한(?) 분들이 많다. 보여지는 것 뒤에 숨겨진 그런 모습을 시청자에게도 보여드릴 수 있단 게 매력적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고백'도 술술... 스타들 무장해제 시킨 '라디오스타'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