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장>의 한 장면. 오열하는 아내(김호정 분)와 부축하는 남편(안성기 분)
리틀빅픽쳐스
영화는 투병 중인 아내와 마음을 흔드는 부하직원 사이에서 번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견 화장품 회사에서 중역으로 일하는 오 상무(안성기 분)는 아내(김호정 분)의 암이 재발하자 그녀를 4년 동안이나 헌신적으로 간병해온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여사원 추은주 대리(김규리 분)가 그의 팀에 경력직으로 입사하자 그는 남다른 호기심을 느낀다. 자연스레 호기심은 연모의 감정이 되고 오상무는 몰래 찾아든 사랑과 아내에 대한 책임 속에서 홀로 번민하고 고뇌한다.
영화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지만 남편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온 사내가 거의 본능이라 불러도 좋을 새로운 감정과 마주해 고뇌하는 모습을 담았다. 근래 활동이 뜸해지긴 했지만 누구도 연기력을 의심하지 않는 명품배우 안성기가 오 상무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오 상무의 아내 역은 연극배우 출신 김호정이 맡았는데 이번이 무려 5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삭발과 노출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열의는 이 진지한 영화에 무시할 수 없는 깊이를 더해주었다.
<하류인생>에 출연하며 임권택 감독과 인연을 맺은 김규리는 오 상무의 마음을 흔드는 미모의 여자로 출연해 매력을 과시했다. 지난 작품들에서 수차례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바 있는 김규리는 이번에도 상당한 수위의 연기를 펼쳤다. 노출을 감행하면서도 여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지켜나가는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가 가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연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