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어디 출신이오? 영어로 하면 "웨얼 아 유 프롬 Where are you from?", 그러니까 나는 누구와 처음 만나 사귈 때는 출신지를 묻는 게 국제표준인 줄 알았지 뭔가. 자매품으로는 "하우 아 유 How are you?", 또 그에 대한 응답으로는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I'm fine, thank you. And you?"하고 근황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막상 외국에 나가 사람들과 교류할 일이 많아지며 이것이 지극히 한국적인 물음이란 걸 알게 됐다. 특히 문화권 내에서 다양한 인종이 자리 잡은 유럽 국가에선 다짜고짜 출신을 묻는 게 어색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어느 국가에선 이를 차별적 질문이라고, 민감하게 여기는 이들까지 있었다. 미국이며 호주처럼 정착 이민자가 많은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라 했다.
반면 다국적 뜨내기 노동자들이 모여 일하는 각국 항만에선 출신을 묻는 질문이 필수적이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나는 한국, 나는 슬로베니아, 나는 필리핀, 나는 파키스탄, 나는 영국, 나는 포르투갈, 나는 러시아, 나는 이집트, 나는 에티오피아 하는 답변들이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졌다. 그로부터 발 빠르게, 필요한 만큼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들. 뭐 그렇고 그런 질문으로부터 간편한 친근감과 적의 없음과 간단한 이해와 신뢰를 확인하고 일을 처리했다.
어디선 필요한 질문이, 또 어디선 무례한 물음일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항만을 벗어나 비교적 균일한, 또 사람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에선 이와 같은 질문을 어리석거나 민감하게 여기는 이가 있었다. 항만과 여행지의 뜨내기들 사이에선 자연스러운 것이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 민감함이라니. 그 미묘한 차이를 한국 영어 교과서는 어째서 알려주지 않았나.
너무나 한국인인 그녀가 한국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