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영화다. 담긴 목소리 또한 하나하나 낯설다. 오사카에서 고깃집을 하는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가 자영업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본 일이 있다.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시작 또한 그러하니, 나는 내가 아는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는 얘기가 펼쳐지리라 예상했다. 이를테면 일본인이 버린 고기의 내장을 구워 파는 '호르몬 야키니쿠(내장구이)', 그 지역적 역사성이랄까.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가게를 정리한 주인장 박수남은 그 길로 카메라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피해자, 그중에서도 조선인 피해자들의 부당함과 억울함, 억눌린 한을 살핀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온 조선 여인들과 강제징용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착취당한 사내들도 돌아본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다큐 인생의 시작점은 저널리즘이다.
박수남의 아버지는 제일교포 1세대 조선인이다. 망국의 자손으로 일가를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가 1923년 관동대지진을 겪었다 했다. 일본 군경과 자경단, 폭도가 된 무리가 패를 지어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학살한 사건도 가까이서 경험했다. 선하고 의로운 일본인들에 의해 목숨을 건진 그가 제 자식들의 교육에 특별히 관심을 썼다고 전한다.
"좋은 일본인에게 보답하는 길은 좋은 조선인이 되는 거란다."
"조선인의 정체성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