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이 연출하고 러셀 크로우가 주연해 2000년에 개봉한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이듬해 열린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음향상을 받았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하고 화제를 모았으며 스콧 감독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리들리 스콧은 왜 사실(史實)을 비틀었을까
<글래디에이터(Gladiator)>는 흥행실적에서 알 수 있듯 오락영화로선 고전급이다. 스토리와 영상, 재현 등을 재미의 관점으로 보면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영화를 실제 역사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과거 로마사에 실존한 인물이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이름과 지위 등을 빼곤 거의 허구다. 스콧 감독은 로마사를 전공한 학자들에게서 조언을 받았으나, 정작 영화를 만들 때는 무시했다. 자문한 역사학자들은 스콧 감독이 자문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자문단 중 어느 저명한 교수가 엔딩 크레딧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이 영화의 역사 왜곡이 심각했다.
영화는 로마군이 게르만족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30대 중반의 한창 때인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주인공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는, 로마의 현인 황제로 통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리처드 해리스)와 함께 전장을 누빈 명장.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막시무스가 또 다시 혁혁한 전공을 세운다. 전투에서 승리한 막시무스는 죽음을 앞둔 아우렐리우스 황제로부터 자신의 뒤를 이어 황제가 돼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더불어 황제가 되거든 공화제를 복원해 로마를 시민에게 돌려주라고 막시무스에게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