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헤르츠고래들
해피송
영화 <52헤르츠 고래들>(52ヘルツのクジラたち, 52-Hertz Whales)은 마치다 소노코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작품으로, 미국이 발견한 이 생명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실 이 생명체가 고래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잠수함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 뿐이다.
일반적으로 고래는 12~25헤르츠 사이의 주파수로 의사소통한다. 대왕고래는 약간 높은 30헤르츠를 이용한다. 추정대로 만일 이 생명체가 고래이고, 선천적인 장애 등의 이유로 고래가 쓰지 않는 주파수로 소리를 내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면 지칭되듯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가 맞다.
영화는 제목으로 이미 어떤 이야기를 할지를 선언한 상태다. 제목의 고래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니, 다행히 영화 속의 '고래'는 소통할 대상이 있는 셈이다.
주인공인 키코(스기사키 하나)가 중심축에 있는 '52헤르츠 고래'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학대받고 자라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반신불수로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의붓아버지를 3년을 병구완하며 지냈다. 자발적이지 않은 간병과 여전한 엄마의 학대 속에 무력한 나날을 보내다 '안고'(시손 쥰)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독립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52헤르츠 고래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울음을 들려주며 녹음본을 키코에게 선물한 이가 안고이다. 안고가 두 번째 '52헤르츠 고래'다. 안고는 심해에서 고통과 외로움에 비명을 내지르는 키코의 52헤르츠 울음을 듣고 손을 내밀었다. 그 비명을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지만 안고는 들을 수 있다. 같은 주파수대에서 울음을 우는 같은 종족이기 때문이다.
영혼의 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진척되지 못한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의 사랑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키코는 그야말로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사장 아들과 인연이 맺어진다. 키코에게 신데렐라의 인생이 열린 것일까. 그럴 리가. 상식적으로 그런 전개는 영화를 성립하지 않는다.
안고는 키코를 사랑하는데도 왜 키코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의 곁을 맴돌기만 하는 것일까. 두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튄 첫 스킨십 장면에서 키코가 특별히 언급한 '안고의 부드러운 손'에 답이 있다. 키코의 잘못은, 제 삶이 힘들어 제 고통의 울음을 우는 데 급급했고, 울음소리를 듣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안아주는 위로에 행복해할 뿐 상대의 52헤르츠 울음은 들으려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비난받을 잘못은 아니다. 제 슬픔이 커서 남의 어깨에 기대 흐느끼는 순간에 남의 고통까지 헤아릴 수 있다면 그 슬픔은 진짜 슬픔이 아닐 것이기에. 그래도 어느 순간엔가는, 내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의 슬픔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면 더 좋았겠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가정하고 하는 얘기다.
뒤늦게 키코는 다른 상대에게서 그 울음소리를 듣고 안도가 키코에게 한 일을 그에게 한다. 그 상대는, 도쿄에서 받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상처를 추스르려고 내려간 오이타의 할머니 옛집에서 만난 소년이다.
결정적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