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터스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얀 드봉의 <트위스터>부터 정이삭의 <트위스터스>까지
얀 드봉이 연출한 작품은 재난영화의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얀 드봉이 누군가.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블록이 주연한 <스피드>로 1990년대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정석이란 평가를 들었던 매력적인 연출자다. 폴 버호벤의 촬영감독 출신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가 첫 연출작에서 단박에 세계적 흥행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뒤 워너브라더스와 유니버설픽쳐스, 또 스티븐 스필버그의 지원을 한 몸에 받아 재난영화를 만드니, 그 작품이 바로 <트위스터>가 되겠다.
토네이도로 아버지를 잃은 딸(헬렌 헌트 분)이 기상학자가 되어 그를 해결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기본적인 얼개다. 토네이도는 말 그대로 '부모의 원수'인 끝판왕 역할을 맡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과학자 무리의 방해를 극복해야 한다. 재난 가운데 사랑과 우정이 싹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영화지만 얀 드봉의 긴박감 넘치는 연출과 선 굵고 호소력 있는 이야기가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명작으로 남았다.
<트위스터>는 재난영화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로 남았다. 이번에 리부트되기까지 여느 아류작이 쉬이 등장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대 자본이 투입돼야 가능한 연출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포세이돈 어드벤쳐> 이후 침몰하는 배와 탈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고, 또 <타워링> 이후엔 불타는 빌딩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수두룩하게 영화화됐다. 아직까지도 매년 여러 편의 아류작이 나오는 <죠스>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테다. 그러나 <트위스터> 이후엔 어떤 영화가 있었는가.
그리하여 <트위스터스>는 또 다른 토네이도 이야기가 아닌 리부트 작으로 태어났다. 가뜩이나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서비스와 드라마로 유망한 작가진이 옮겨가며 공 들인 오리지널 스토리 기근을 겪던 할리우드다. 2010년대부터 리부트 작품에 관심을 보여온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트위스터>를 가만히 두었을 리 만무하다. 그 결과로써 2020년 제작이 예고됐던 <트위스터스>는 내정됐던 연출자 조셉 코신스키가 <탑건: 매버릭>에 매여 제작이 지연되다 끝내 엎어지게 된다.
속편과 리부트 사이, 비슷하고 다른 것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완전히 엎을 것은 아니었는지 새로 제작에 돌입한 것이 정이삭 감독의 <트위스터스>가 되겠다. 프로젝트가 취소됐던 2021년 <미나리>로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떠오른 정이삭에게 메가폰이 돌아갔고, 지난해 동안 제작에 돌입했다. 정이삭이 액션연출, 그것도 상당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에 적합한가를 두고 우려가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트위스터스>를 두고 오로지 장밋빛 기대만 있었던 건 아니란 뜻이다.
<트위스터스>는 <트위스터>의 속편과 리부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캐릭터가 연결되지 않으므로 속편이라 부르기도 모호하고, 그렇다고 같은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것도 아니며, 새로 출발시킬 시리즈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작부터가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 분)를 위시한 일군의 대학원생이 토네이도를 쫓는다. 애인 젭(대릴 매코맥 분)을 비롯해 애디, 프라빈, 하비가 그녀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토네이도의 생성과 소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여전히 베일에 싸인 가운데, 그 생성을 막고 소멸을 가속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일상을 파괴하는 토네이도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겠다는 선의가 이들을 움직인다.
토네이도 중심부에 화학약품을 넣어 소멸시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차를 운전하고, 드론을 날리고, 토네이도의 경로를 추적하고, 화학약품을 만들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을 각자가 나누어 맡는다. 그리고 마침내 실험에 적합한 토네이도가 이들 앞에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