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일제에 의해 이뤄진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수년 전 군함도에 이어 또 한 번 어두운 역사만 싹 지운 채 보전 가치 있는 자산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수많은 조선인이 가혹한 노동과 착취를 당한 역사를 이리 허망하게 씻을 수는 없는 일이다. 독립한 이 땅의 후손들이 그를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맞물려 언론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인 가운데 사도광산과 군함도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을 테다. 오늘날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항일과 친일, 또 의병 활동과 저항운동 정도로 환원되어 큰 줄기만 기억되는 탓이다. 한국사회가 역사를 대학 입학에 필수적인 교과목, 즉 수학능력시험의 한 관문으로 학습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소외된 영역은 아예 주목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는 한다. 대부분 교과서가 일본군 성노예와 강제징용 부분을 가장 주된 사례만 떼어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조명받지 못한 사례가 많다. 일부는 이를 발굴해 알려야 할 학계의 태만 때문이고, 그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할 국가의 책임 방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부분이 한국의 지난 역사에 대한 시민 일반의 무관심과 엮여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