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길을 찾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별자리와 해, 바람과 물살을 읽는 법과 그를 계산해 제 위치를 내는 법, 또 해도 상의 물표를 읽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 지난 시대, 그러니까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위성을 이용한 전파항해가 시작되기 전까지 큰 바다로 나가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오로지 물뿐인 커다란 바다에서, 그것도 모선을 잃고 작은 보트에 올라 떠도는 신세가 된 사람들이 있다. 명색이 '씨네만세'니 영화로 보자면 <라이프 오브 파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너새니얼 필브릭의 잘 쓴 논픽션을 영화화한 <하트 오브 더 씨>도 생각난다.
오늘 다룰 영화는 표류 가운데서 그 이상을 포착한 앞의 두 작품과 달리 그 고난의 여정에만 집중한 재난영화다. 재난 상황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한국 제목부터 원제인 < Against the Sun >을 떼고 <생존자들>이라 지어 붙였다. 마침내 생존한다는 스포일러성 사실을 제목부터 드러내고도 그 처절한 재난을 강조하는 게 매력적으로 보였단 뜻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