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 한국 신은주가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핸드볼 대표팀에 쏟아진 관심과 기대는 남달랐다. 여자핸드볼을 제외하고 축구, 농구, 배구, 하키 등 한국의 단체 구기종목들의 올림픽 본선 출전이 모조리 좌절되며 외롭게 홀로 남은 탓이다. 아시아 팀 중에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핸드볼팀도 한국이 유일했다. 선수들에게는 부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상대적으로 인기 구기종목들에 비해 늘 소외받던 관심을 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냉정히 말하면 처음부터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한국은 본선 조 추첨에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독일, 슬로베니아 등과 A조에 편성되며 유럽 강팀들에 둘러싸이는 험난한 대진운 속에 최약체로 꼽혔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특유의 끈질긴 핸드볼과 영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2승 이상을 거두어 8강 진출을 노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은 1차전에서 예상을 깨고 독일을 잡는 이변을 일으키며 8강행에 대한 희망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돌풍은 거기까지였다. 한국은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에 차례로 무너지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특히 유력한 1승 제물이었던 슬로베니아에게 7점차로 덜미를 잡힌 게 뼈 아픈 치명타로 돌아왔다. 슬로베니아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팀이 한국이었다.
한국은 독일, 슬로베니아와 나란히 물고 물리며 1승 4패 동률을 이뤄 골 득실로 4위를 가려야 했다. 독일은 한국에 패하고도 골득실에서 +2를 기록하며 8강행 막차를 탔다. 한국은 -26, 슬로베니아는 -31로 조 5위와 6위에 그쳤다.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전체 출전국 12개국 중 10위로 2016년 리우 대회와 동일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 이어 현재 한국 여자핸드볼이 세계 무대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대회였다. 한국 핸드볼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유럽 팀들에 비해 체격 조건은 밀려도 스피드와 조직력, 활동량, 전술 등으로 약점을 커버하며 대등하게 맞설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유럽 강호들이 파워에 스피드를 겸비하기 시작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비교 우위는 점점 사라졌다. 유럽파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며 이런 약점을 보완하려고 했지만, 시그넬 감독은 선수 선발과 전술 면에서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더 넓게 보면 핸드볼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으로 선수 저변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해외파는 34세의 노장인 류은희(헝가리 교리) 한 명에 불과했다. 우빛나(서울시청), 전지연(삼척시청), 김다영(부산시설공단) 등이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개인기량에서 유럽 선수들에 비해 특출한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김연경(배구), 박지수(농구)처럼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세계적인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 신체 조건과 경험에서 유럽 선수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여자핸드볼의 고민거리다. 체력, 힘, 기술의 삼박자에서 더 이상 유럽팀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재의 한국 여자핸드볼에게 '우생순 신화'의 재현이란 그저 흘러간 추억일 뿐이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라이벌 일본의 성장세가 매섭다는 것을 고려하면 4년 뒤에는 올림픽 본선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한국 여자핸드볼의 현주소다. 불운한 대진운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졌잘싸'로 선전한 선수들의 투혼에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대회의 실패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혁신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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